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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사순절을 지내는 힘 (RB 제49장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 본문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사순절을 지내는 힘 (RB 제49장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

하나 뿐인 마음 2020. 6. 24. 22:53

 

 

"수도승의 생활은 언제나 사순절을 지키는 것과 같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덕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 사순절 동안에 모든 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순결하게 보존하며,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 (RB 49,1-3)

 

수도승들은 악습을 멀리하고, 눈물과 함께 바치는 기도, 독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통회의 절제에 힘쓸 때 이 권고가 합당하게 이루어지기에 평소 섬김의 분량 곧 특별한 기도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절제를 더 늘려야 한다. 우리는 매년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수요일이 되면 성당에 모여 재의수요일 전례를 한다. 규칙서 49장을 읽고, 원장수녀님의 훈화도 듣고, 사순시기를 위해 미리 준비한 자신이 늘릴 섬김의 분량 즉 특별한 기도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절제와 희생을 적은 봉재장과 사순시기에 특별히 더 읽을 영적 도서(봉재책)를 받는다. 단식의 횟수를 늘리고, 기도의 시간과 종류를 늘리고, 희생 봉사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봉헌하며 자신을 더 많은 기도와 극기의 생활로 수도생활에 정진하기로 마음 먹는 것이다. 여기엔 평소에 즐기던 것들 중 일부를 삼가하겠다는 결심도 주로 봉헌되기에, 단식이나 희생을 더하면 사순시기가 조금은 어둡고 힘들고 배마저 고픈 시기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매년 읽는 규칙서 49장인데 사순시기에 관한 이 장에 '성령의 즐거움'(6절), '영적 갈망의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 물론 매일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단식을 통해 자선을 더 실천하고, 기도 시간을 늘려 평소보다 나를 더 들여다보고 침묵과 고요 속에서 하느님과의 더 깊은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즐거울 수 있는 시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베네딕도 성인은 '성령의 즐거움으로 하느님께 자발적으로 바치고, 영적 갈망의 즐거움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다리자'고 한다. 성인에게 사순시기는 무겁고 어두운 시기가 아니라 복음을 더 온전하게 살아내는 시기(Fr.허성석)이기에 성령의 즐거움을 맛보고 영적 갈망의 즐거움으로 부활을 기다린다고 말하는 것이다.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장을 다시 읽었을 때, 마치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있는 종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루카 12,32-48 참조)라는 성경의 말씀이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깨어 기다린 종의 행복, 그간의 고단함은 금새 잊을 만큼의 행복을 성인은 이미 충분히 알았기에 제자들에게 참회의 고통 뿐인 사순시기가 아니라 깨어있는 기쁨을 맛보는 사순시기를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이 규칙서를 썼으리라. 

 

나도 내년 사순시기엔 성령의 즐거움으로 절제와 희생을 바치고, 영적인 갈망의 즐거움으로 부활을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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