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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43)
깊이에의 강요
사도 2,1-11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4절) 말했음에 주목한다. 더불어 성령을 받은 제자들이 한 말은 모두 '하느님의 위업을 말하는 것'(11절)이었음에도 주목한다.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말해야 한다는 것, 내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말을 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정작 '하느님의 위업을 말하는 것'이었다는 건 까맣게 잊고 살았다. 다른 것은 없다. 중요한 것 한 가지, 하느님에 대해서만 전했다.
오늘은 사부 베네딕도의 생애로 시작했다. 오랜 만에 수련소에서 성규를 배우던 시절로 돌아가 시편 42편을 묵상하며 사부의 생애를 다시 돌아봤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제 영혼이 하느님을, 제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합니다."(42,2-3)이 시편을 읽을 때마다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피정에선가 피정 지도 신부님이 던진 질문이다. '사슴이 배가 너무 고파 독사를 삼키고서는 타는 듯한 고통으로 목을 축일 물을 찾는 심정으로 하느님을 찾는가.' '죽기 직전의 간절한 그리움으로 하느님을 찾는가.'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시작한 유학이었지만 방탕한 문화에 환멸을 느낀 베네딕도 성인가 아름답고 풍요로웠을 도시 로마, 좋아했을 공부마저 뒤로 하고 ..
한 달 피정을 들어왔다. 나의 깊은 어둠에서 출발하지만 빛을 향해 한 걸음씩 더디 걸어서 그곳에 닿아보려 한다. 고요하되 치열하게 그분 안에 머물 수 있기를 바라며 첫 만남의 시간에 피정 지향을 '뿌리'라 적었다. 벼르고 별러 들어오긴 했지만, 내가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던 2년 전에는 들어올 수 없었다. 허락도 모두 구해놓았고, 일도 모두 처리를 해두고, 병원까지 다녀가며 몸도 건강하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소임 이동을 하게 되었고, 나의 준비는 하느님의 시간과 달랐다. 오히려 지금 현실은 30일이나 분원과 본당을 비우고 들어올 만하지 않다. 본당 수녀도 2명인 공동체이고 보좌신부님도 없는 성당인데다, 함께 사는 수녀님이 다리가 조금 불편하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 19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