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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43)
깊이에의 강요
"내가 너를 구원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마라.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 (이사 43,1)Do not fear, for I have redeemed you:I have called you by name: you are mine. 이사야서 43장은 참 아름다워서 오래도록 좋아한 말씀이다. 교리교사하면서 말씀 사탕으로 이 말씀을 뽑았을 때 얼마나 감사로웠나. 청년 성서 공부하던 시절, '두려워 말라'는 찬양은 얼마나 나를 울리고 따뜻하게 감싸주었는지. 내 삶에서 물 한가운데를 지날 일이 결코 없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그때마다 나와 함께 있어주실 하느님, 내가 살아가면서 불 한가운데를 걸을 일은 언제고 몇번이고 닥치겠지만 불꽃이 나를 태워버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실 하느님. '내 삶에서 악을 치..
수도생활을 함에 있어 고쳐야 할 것이나 만들어야 할 것들이 있으면 작업에 필요하고 딱 알맞은 도구들을 꺼내 쓸 수 있도록, 베네딕도 성인은 착한 일의 도구 74개를 규칙서에 넣었다. 자급자족이 기본이고 기도하고 일하던 수도자들에게 '도구'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와닿는 의미였을지 짐작이 간다. 이 도구상자는,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어려운 길보다 더 나은 길이 있음을 알려주고, 이미 살고 있는 이들에게도 덜 수고롭게 '고치도록' 도와준다. 하나하나 묵상한 후 이들 중 내가 주로 꺼내 써야할 도구들에 대해서만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1 첫째로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하라. 2 그 다음으로 이웃을 자기와 같이 사랑하라. 당연히 첫자리에 두어야 할 이 성경 말씀을 굳이 두 절로 나..
첫째는 "회수도자"들이니, 그들은 수도원 안에서 살며, 규칙과 아빠스 밑에서 분투하는 이들이다.(RB 1,2)아무리 생각해 봐도 놀라운 일이다. 은수 생활도 해보고 회수도자 생활도 해 본 베네딕도 성인이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온갖 고초를 다 겪고도 마지막으로 택한 것이 회수도자 생활이요 그들을 위한 공동체 수도 규칙을 썼다는 사실이, 피정을 시작하자마자 깊이 들어와서 내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아픈 삶일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성인이 아닌가. 나 역시 함께 사는 기쁨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생활이 고독과 고난과 유혹의 광야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며 살아왔다. '잘 훈련되어 있는 형제들의 진지(陣地)'라는 말은 또 얼마나 가슴 깊이 와닿는가. 이..
"겸손의 첫째 단계는 지체 없는 순명이다."(RB 5,1) 규칙서 5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살다보니 쉬운 일은 정말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수도생활에서 '살수록 어려운 일들' 중에서 순명 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예전엔 시키는 대로 혹은 하자는 대로 하는 일이 조금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부모님의 말씀 대부분이 그랬고, 아기 때부터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나로서는 알고 지내는 친구, 선후배, 어른들 대부분이 성당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교리교사로 만나는 아이들 외에 과외 학생의 반도 성당 아이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의견이 좀 다를 순 있어도 잘못된 일을 시키는 경우는 없었다. 힘들어도 해야하는 일이었고, 서운하거나 속상해도 옳은 일들이었다...
규칙서 1장에 나오는 수도승의 종류 중 결코 본받지 말아야할 사라바이따와 기로바꾸스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그 반대를 생각해 보았다. 길이 아닌 곳에 들어섰을 땐 그 반대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 될 일이다. 수도승들의 셋째 종류는 "사라바이따"라고 하는 극히 나쁜 자들이다. 그들은 용광로 안의 황금처럼 어떤 규칙이나 경험의 가르침으로 단련된 이들이 아니고, ; 용광로 속의 금처럼(지혜 3,6) 규칙과 경험 있는 이들의 가르침으로 단련되기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납의 성질과 같이 물러 행실로써는 아직 세속에 충성을 지키면서도 ; 견고한 수도 정신으로 세속적 가치에서 끊임 없이 돌아서며, 삭발로써 하느님을 속이는 것으로 알려진 자들이다. ; 수도복마저 하느님을 속이는 겉치레에 불과할 수 있음을 알고 수..
오늘 곱씹어 본 문장"결점을 고치거나 애덕을 보존하기 위하여 공정한 이치에 맞게 다소 엄격한 점이 있더라도, 즉시 놀래어 좁게 시작하기 마련인 구원의 길에서 도피하지 말아라. 그러면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계명들의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니, 주의 가르침에서 결코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그분의 교훈을 지킴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써 한몫 끼어 그분 나라의 동거인이 되도록 하자. 아멘."(머리말 47-50) 좁게 시작하기 마련인 구원의 길(Pro. 48)을 한참 생각했다. 지난 20년의 수도생활, 혼자 남겨졌던 스무살 이후의 시간, 애쓴 만큼 돌아와주지 않던 일들이 자꾸 생각났다. 그로인해 실망하고 서운하고 허무했던 감정들도 ..
"Listen carefully, my son, to the master’s instructions, and attend to them with the ear of your heart. This is advice from a father who loves you; welcome it, and faithfully put it into practice."(RB Pro.1)('들어라'라는 단어가 맨 앞에 있어야 하는 이유로 영어 본문을 옮겼다.) 성규 머리말 첫 문장으로 오늘 첫 렉시오 디비나를 했다. '들음'을 묵상한다는 것, 특히나 하느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를 묵상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들어도 듣지 못할 때도 많고, 들려도 듣지 않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들음' 앞에서 나는 종종 들으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