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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8 (10)
깊이에의 강요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지음. 휴머니스트. 명함만 없던 여자들의 진짜 ‘일’ 이야기. 오늘 읽은 책에서 “단순히 귀를 기울이기만 해도 다른 한 명의 인간 존재를 깊이 존중하게 됩니다.”(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 스몰빅라이프)라는 문장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그랬다. 다른 이들의 존중이 있든 없든 이분들은, 또 다른 수많은 ’큰언니‘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몸으로 받아 안고 최선의 응답을 하며 살아가겠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계속해서 듣고 또 들려주며 존중 받아 마땅한 이 삶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살아야하지 않겠나. “정말 대단하세요.”p.28 "나쁜 일이 파도처럼 밀려드니까 너무 힘들었지만 도망가지 않았어요." p.32 "정말 대단하세요. 안 대단하면 어떡해." p.37 "좀 더 좋은 시..
이번 주 복음에는 딸이 마귀에 들렸다는 가나안 여인이 나옵니다. 이 이방인 여인은 오늘 이 짧은 복음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도움을 간청합니다. 너무나 간절했던 여인은 예수님의 침묵, 완곡하지만 분명한 거절(강아지를 언급하시는 이 부분은 참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제자들의 배척에도 결코 지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응답을 얻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도움을 청했는데도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신 예수님 말씀에 여인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속이 상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을 그만둘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
오늘 예수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오셔서 우리 각자에게 “그러면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신다면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수시로 이렇게 물어오시는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질문에 매번 대답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마태 16,15)라고 대답했고, 예수님께서는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마르코와 루카에서는 베드로의 대답에 예수님께서는 다른 반응을 하십니다.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시며 오히려 말리십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 차이를 잇다른 예수님의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마태 18,22) #dailyreading 이 부분만 읽으면 무조건 용서해야 하는가 싶어 나는 하느님이 아닌데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말씀에 대한 비유로, 자신이 탕감 받은 큰 빚은 잊고서 친구에게 준 적은 돈은 멱살까지 잡아가며 받아내려는 종 얘기가 나온다. 눈물로 엎드려 빌던 사람이 그 큰 돈을 탕감 받은 후 돌아서 나오는 길에 친구의 멱살을 잡는 것이 인간인가. 나를 돌아보면 내가 해야할 일흔일곱 번의 용서 전에 내가 받은 수백 수천 번의 용서를 깨닫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하빌리스.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작가가 범죄(의 시작)의 소재로 삼은 것은 살인, 도둑질이 아니라 비겁한 책임 전가, 생각 없는 불법 주차, 주행 중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사소하게 교통 법규를 '어기는'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쉽게 다른 사람을 얕잡아보는 등의 결코 사소하지 않은 비열한 태도나 이기적 행동 등도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매우 치밀하고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되갚아 주는 반전도 꽤나 놀랍다. 올해 안에 몇 권 더 읽어봐야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마태 17,27) 오늘은 '몫'이라는 단어에 마음에 갔다. 예수님은 주는 것에 너그러우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셨다. 봉사를 하니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적게 받으며 사니 넘치게 받아도 괜찮다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나도 나의 몫을 명심하고 살 것. 거저 받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 것. 후한 대접을 당연히 받지 말 것. 감사할 줄 알고 미안해할 줄도 알고 갚아가며 살 것. 어제 손님으로 오신 신부님이 정성껏 미사를 준비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그 인사가 처음에는 생뚱맞다 싶었는데 미사 내내 마음이 조금 아렸다. 고마운데 아픈 인사... 그러고 보니 매일 한 시간씩 일찍 나가 미사를 차리고, 갑작스런 전례 ..
백수린 장편. 문학동네.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이 문장을 읽은 뒤로는 소설을 읽는 내내 이 문장이 자막처럼 흘렀다. 정말,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는 걸까. 살아갈수록 뉴스를 읽다가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듣다가도 사람이 어찌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무너지는가 싶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이 모든 폐허 같은 비참함 속에서 어떤 선함이, 어떤 순수함이, 어떤 곧음이 혹은 어떤 나약함이 끝내 버티고 있어서 다시 빛을 끌어들인다. 이 소설 역시 그런 힘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우리도 빛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눈부시다. p.106 ""게으른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는 대신 자기가 아는 단 한 가지 색깔로 모르..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진심을 깨닫는 일은 본인 스스로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미처 전하지 못한, 차마 말하지 못한, 애써 감춘… 속마음과 진실을 다른 이에게 옮겨 심어주는(순전 내 생각) 신비로운 녹나무는, 그래서 더욱 우리 인간들에게 얼마나 절실할까. 오랫동안 꽁꽁 얼었던 마음이 녹고, 치부였던 것이 따뜻한 이해의 시작점이 되고, 밖에서 찾던 것이 자신 안에 이미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일은 녹나무의 신비로운 힘에 의해서이기도 했지만 결국 끝까지 믿어보려 하고, 사랑을 쉽게 저버리지 않고, 피상적인 것만으로 속단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따뜻하고 뭉클한 이야기. 나에게 기념은 마치 기도 같았고 예념은 기도의 지향, 수념은 은총 같았다. 젊은 세대 레이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