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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8 (10)
깊이에의 강요
김희경. 동아시아. 김희경 작가님의 책은 세번째인데 모두 좋았다. 이번 책은 나이듦, 존엄한 죽음, 자존심과 자존감, 홀로 머물되 함께 살아갈 줄 아는 것… 많은 질문을 던지고 돌아보게 했다. 비혼 여성의 삶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강요된 결속 방식을 허물고 새롭게 시작하는 인간의 '진화' 이야기 같았다고나 할까. 수도자가 되기 전에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수련 기간 동안 많이 들었었다. 내가 서원을 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은 신앙, 기도... 이런 것만은 아니었던 것. 기존의 삶의 질서를 포기하고 수녀원에 입회해서 새로운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했던 시간들, 함께 살 줄 알게 된 후에 다시 홀로 서야 하는 서원의 삶, 나를 지우는 것이 공동체 삶이 아니라 하나의 모자이크 작업을..
구름이 우리를 덮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제자들은 어땠을까요? 제자들은 겁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때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구름에 덮인 베드로는 비록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하느님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비록 캄캄하고 보이지 않아서 겁이 나는 때가 오더라도 어쩌면 그때가 오히려 하느님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때인지도 모릅니다. 간절하게 기도할 때 우리가 눈을 감는 것처럼, 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잠심하기 위해 눈을 감는 것처럼 말입니다. 구름은 저에게 무진기행에 나오는 안개만큼이나 자욱하고 어둡고 뿌연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