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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17,1-9 빛나는 구름(가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레지오 훈화) 본문

마태오의 우물/마태오 17장

마태 17,1-9 빛나는 구름(가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23. 8. 6. 08:31

  구름이 우리를 덮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제자들은 어땠을까요? 제자들은 겁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때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구름에 덮인 베드로는 비록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하느님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비록 캄캄하고 보이지 않아서 겁이 나는 때가 오더라도 어쩌면 그때가 오히려 하느님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때인지도 모릅니다. 간절하게 기도할 때 우리가 눈을 감는 것처럼, 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잠심하기 위해 눈을 감는 것처럼 말입니다.

 

  구름은 저에게 무진기행에 나오는 안개만큼이나 자욱하고 어둡고 뿌연 이미지였습니다. 그래서 구름은 나를 방황케하고 시야를 가리며 고립되게 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복음에 나오는 구름은 어떤 구름인가요? 네, 빛나는 구름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bright한 구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않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복음 묵상 후 나를 덮는 구름이 어둠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제자들에게 하신 것처럼, 구름에 싸여 '볼 수 없다'라고 생각하던 내게 오히려 더 잘 '들을 수 있다'를 깨닫게 하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목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집이 가까워 늘 조르르 달려서 성당에 오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사정이 있어 조금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마음이 급해졌던 토마는 달리기를 하면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늦지 않게 성당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수님, 제가 신호등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하지만 너무 급하게 달리다 보니 그만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넘어진 토마는 무슨 말을 했을까요? 속상하고 아파서 엉엉 울 법도 한데, 바지를 툭툭 털면서 일어나 이렇게 다시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세게 밀지는 마세요, 예수님!” 나를 걸려 넘어지게 한 돌부리를 탓할 수도 있고, 성당에 가다가 넘어졌으니 예수님이 미워질 수도 있는데 토마는 예수님께서 살짝 밀어주셨다고 생각하고 씨익 웃으며 다시 신나게 달렸던 거지요. 물론 이렇게 생각했다고 해서 넘어진 곳이 덜 아플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넘어진 이후, 토마는 원망하고 속상해하면서 살아가진 않겠지요. 

 

  제자들을 덮었던 구름이 빛나는 구름이었듯, 걸려 넘어지는 시련도 하느님의 응원일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변모하신 예수님과 함께 이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수난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변모까지, 부활까지 나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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