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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6 (11)
깊이에의 강요

모든 피조물을 사랑으로 창조하신 하느님, 저희 가족에게 반려동물 OOO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OOO와 헤어져 아파하는 저희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이별의 슬픔보다는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살아가게 해주소서. 저희가 반려동물 OOO를 사랑했듯이 당신이 생명을 주신 모든 존재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폭시를 그리워하며

이번 주 복음에는 ‘합당하지(ἄξιος) 않다’는 말이 세 번 나옵니다. 악시오스는 ‘균형잡힌, ~만큼 무거운, 가치 있는, 적절한, 적합한’이란 뜻인데요, 성경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 아들이나 딸을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예수님께 ‘합당하지’ 않다고 합니다. 언뜻 들으면 쉽지도 않고 받아들이기도 어렵습니다. 반대로 행동하면 합당한, 균형잡힌, 가치 있는 것이 될까요? 합당하게 사랑하는 것은 반대로 즉,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존재 자체로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뒤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언자를 예언자라서 받아들이는 이는 예언자가 받는 상을 받을 것이고, 의인을 의인이라서 받아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오늘 묵상은 '하늘 나라의 열쇠'라는 말에서 걸렸다. '하늘 나라'의 열쇠. 땅을 열고 닫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열고 닫는 열쇠. 하늘을 열고 닫는 열쇠를 가졌기에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린다. 그러므로 결국 땅에서 한 것이 하늘을 여닫는 열쇠인 셈. 내가 무엇을 매고 무엇을 풀며 사는가 돌아보려는데 생각은 '내가 무엇에 묶여 있나'만 끝도 없이 쫓는다.

갯벌이었던 때를 기억하며 바닷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마른 땅과 그 안의 수많은 생물들, 철새들. 얼마 전 읽은 (김지승, 난다)에서 "쓰레기가 쓰레기가 아니었던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문장을 며칠 동안 곱씹었었는데 수라를 보다가 다시 이 문장을 만났다. 바닷물이 들어오길 기다리며 갯벌 아래에서 움츠리다가 비라도 내리면 희망을 품고 또 올라오는 존재들. 어떤 생물들은 바닷물을 만나지 못해 결국 죽지만 그 껍데기마저 품으며 다시 갯벌이 되기를 기다리는 땅, 생물들, 그리고 사람들. 쓰레기가 아니었던 때를 기억하려고 하기에, 지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온전히 '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갯벌이었던 때를 기억하려는 모든 존재들이 결국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시절에 붙들어 맬 수 있길 희망..

강우일 지음. 바오로딸. 내 나이쯤 되면 새로운 말을 해서 사람들을 깨우치기보다는 이미 쏟아낸 말만큼 살아오지 못한 일에 대해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글에 대한 신뢰보다 '인간 자체(좀 불손하다 싶은 표현이긴 하다.)'에 대한 신뢰가 커서 더욱 읽고 싶었던 책이다. 그동안의 단상, 칼럼, 세미나 발표 글, 기행문, 인터뷰 등을 모아 놓은 책인데 살아가면서 교회가 품어야 할 세상을 지극히 사랑했던 인간이요 사제인 강 주교님이 잘 드러난다. 특히 베트남과의 화해를 위해, 4.3 사건을 세상과 교회에 알리는 데에, 평화를 위해 묵묵하지만 큰 걸음을 걷고 계신 강주교님께 감사드린다. 이제는 오래된 일이 되었지만, 강주교님이 서울 주교 감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제주교 교구장으로 발령나시는 ..

김금숙 만화. 딸기책방. 처음엔 조금 쓸쓸했지만, 더디게 가더라도 자신의 길을 가는 삶은 찬란하고 눈부셨다. 우리 각자의 삶은 어느 순간부터 천연색으로 바뀔까. 이미 바꼈나.

룰루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 기대를 품은 탓인지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맘이 가지 않는 책을 붙들고 계속 읽어야 하냐는 의문과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인정하는 ‘그것’에 내가 어울리지 못한다는 실망으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다. 그래, 나는 나의 성실과 올곧음이 가면이었음을, 적어도 나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걸 스스로에게도 들키기 싫었다. 이런 생각을 할 즈음에 ‘기만’에 대한 챕터가 시작되었고 읽는 데에 속도가 붙었다. 자신의 열심, 옳음에 갇히는 것에 대해, 나를 일으키는 자족감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 나비의 변모가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었음이 기억났다. “나 때문이지!”하던 메리의 목소리, "그렇지. 물론이지. 메리 때문이야.”하던 애나의 웃음 같은 기억. p.45 "..

권정민 그림책. 창비. 며칠 전 '적절한 좌절'에 관한 글을 읽었다. 나 역시 모퉁이를 돌면서, 벽 앞에 서서, 장애물을 치워가면서, 햇빛을 맞고 비바람을 통과하면서,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무언가가 지나가도록 내 걸음을 멈추면서 배우는 게 있다고 믿는다. 이 배움은 삶을 무르익게 하는 '뜸' 같은 것이 아닐까. 물을 붓고 뜨겁게 끓이기만 한다고 쌀이 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열기를 품은 채 뚜껑을 열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야 쌀알 속까지 열이든 수분이든 잘 배어들어 향긋한 밥이 되듯, 열기를 견디고 긴장을 견디며 기다리는 시간이 주는 무르익음. 비대면의 편리함과 신속성이 너무 쉽게, 빨리 지워버리는 것이 있다는 걸 조금 섬뜩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책을 덮을 즈음엔, 저녁이 사라지는 것은 차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