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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7/04 (2)
깊이에의 강요
이번 주 복음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각 부분마다 의지에 관해 묵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25-26절은 예수님의 기도이지만 하느님의 의지(영역: gracious will)를 떠올렸습니다.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지만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는 하느님의 선하신 뜻. 스스로 알고 있다고 자처하는 이들은 깨닫기 어렵지만 철부지νηπίοις[nēpiois, 네피오이스]는 드러내 보여주시는 분 덕분에, 보여주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의지 때문에 오히려 잘 받아들입니다. 네피오이스는 실제로 어린 아이가 아니라 '경험없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어린 아이와 같이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의 제자들' 혹은 '순박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어렵고 힘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옳고 ..
제자들이 다가가 예수님을 깨우며,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 다음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마태 8,25-26) 나는 오랫동안 예수님이 꾸짖으신 대상에 제자도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아마 나혼자 그렇게 읽고 이해하고 있었던 거겠지만, 오랫동안 이 지레짐작으로 혼자 서운해했고 풍랑에 시달리거나 믿음이 약해질 때 스스로를 나무란 적이 많았다. 종종 이 서운함과 자책감은 풍랑을 내게 주신 분이 예수님이라고 생각하는 지독한 오해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수녀원에 입회하고 수련소 시절, 성경 말씀을 하나하나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