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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8,23-27 렘브란트는 파도가 와서 부딪히는 곳에 빛을 쏟아 부었다 본문

마태오의 우물/마태오 8장

마태 8,23-27 렘브란트는 파도가 와서 부딪히는 곳에 빛을 쏟아 부었다

하나 뿐인 마음 2023. 7. 4. 09:45
The Storm on the Sea of Galilee by Rembrant, 1632

제자들이 다가가 예수님을 깨우며,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 다음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마태 8,25-26)

나는 오랫동안 예수님이 꾸짖으신 대상에 제자도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아마 나혼자 그렇게 읽고 이해하고 있었던 거겠지만, 오랫동안 이 지레짐작으로 혼자 서운해했고 풍랑에 시달리거나 믿음이 약해질 때 스스로를 나무란 적이 많았다. 종종 이 서운함과 자책감은 풍랑을 내게 주신 분이 예수님이라고 생각하는 지독한 오해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수녀원에 입회하고 수련소 시절, 성경 말씀을 하나하나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고 기도하던 어느 날 '말씀하셨다'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고, 제자들에게는 '말씀하셨고' 바람과 호수는 '꾸짖으셨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비록 겁을 내고 믿음도 약하지만 예수님이 꾸짖으신 건 제자들이 아니라 바람과 호수였다. 겁도 많고 믿음도 약해 세상 풍파에 시달리고 울부짖는 우리에게도 예수님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이해하고 계시기에, 우리가 풍파에 시달리고 울부짖는 것은 꾸지람을 들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렇게 보여주신다. 다만 당신과 함께 있음을 깨닫고 좀 더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말씀'하실 뿐...

그림을 한참 바라봤다. 배를 뒤집어 사람들을 쏟아버릴 것 같은 거친 파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서서히 빛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파도가 아니라 빛이 쏟아지고 부서져 배에, 사람들에게 부딪히는 것처럼 보였다. 렘브란트는 파도가 와서 부딪히는 곳에 빛을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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