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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8,5-11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 렇게까지 간절해 보았던가 본문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8,7)
꿇어 앉아 종을 위해 간청을 드리고 있는 백인대장을 들여다본다. 그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고 이방인이지만, 중풍으로 드러누워 몹시 괴로워하고 있는(6절) 자신의 종을 위해서, 자신에 비해 내세울 지위도 없고 피지배 민족인 예수 앞에서 모자까지 벗은 채 무릎을 꿇고 있다. 상대에 대한 존경일까, 종에 대한 사랑일까, 자신의 책임에 대한 최선일까... 그를 말리는 중인지 부축하는 중인지 알 수 없지만(물론 나는 그를 말리는 중이라고 생각하며 보고 있다), 그의 부하들은 그를 붙들고 있다.
사실, 백인대장은 예수께 와서 고쳐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예수를 '주님'이라 불렀고, 자신의 종이 중풍으로 몹시 괴로워하는 중이라고 사실만을 간절하게 말했을 뿐이다. 어쩌면 두 손바닥을 땅에 짚고서라도 제발 와서 고쳐주십사 말하려 했는데, 예수가 그가 하려던 말까지 알아채고 먼저 대답했을 수도 있다, 그가 어떤 마음인지를 예수는 잘 알고 있었을테니까.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8,7)
그동안 이 예수의 말보다 백인대장의 고백에 대해 더 오래, 많이 묵상했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8절) 이 이방인의 놀라운 고백은 미사 때 영성체 순간을 앞두고 우리가 드리는 고백의 기도문이 될 정도로 단순하고 겸손하고 믿음 그 자체의 고백이다. 이어지는 말도 그가 예수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높일 마음이 조금도 없고 오로지 종의 치유만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한다. 그리고 그의 고백(나는 왜 자꾸 이 말을 고백이라고 하는가.)은 예수를 감탄하시게 하고, 이스라엘에서도 본 적이 없는 믿음이라며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게 한다. 하지만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한 묵상과 기도는 잠시 접어 두고 백인대장의 자세와 예수님의 대답에 좀 더 머물고 싶다.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8,7)
'내가' 고쳐 주마.
'이방인 군사 장교인 네가 아무 것도 없는 나에게 왔으니 내가 직접 그를 고쳐 주마.'
내가 '가서' 고쳐 주마.
'네가 먼 길을 직접 왔으니 나도 네가 온 그 길을 따라가서 너의 종을 고쳐 주마.'
'고쳐 주마'.
'그 누구보다도 절실한 너의 그 간청을 반드시 들어 주마.'
와서 고쳐달라고 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저 한 말씀만 해 달라고 하는 사람에게 예수는 직접 가서 고쳐 주겠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마음(기도)에 예수는 어떤 방법으로 답하시는가. 나는 도움을 청하는 사람, 직접 청하지 못해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어떻게, 어디까지 응답하는가. 예수는 백인대장도 위로했고, 그 종도 살렸다. 체면이 구겨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간청한 백인대장도, 괴로워하며 앓아 누운 중풍 걸린 종도 모두 회복시키는 것이 예수의 (기도에 대한, 간청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제 다시 종을 위해 간청하고 있는 백인대장의 모습으로 돌아가 본다. 종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 ...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 정도까지 간절해 보았던가. 그저 열심한 기도 말고, 그분 앞에서 나를 온전히 내려놓는 기도를 바친 적이 있었던가. 부끄럽게도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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