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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13,44-52 이미 사셨다(가해 연중 제17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마태오의 우물/마태오 13장

마태 13,44-52 이미 사셨다(가해 연중 제17주일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23. 7. 23. 19:24
pictured by Scott C. Park

마태오 복음 13장에는 7가지 비유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중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는 분량이 적기도 하지만 각각의 비유로 나눠져 있지 않고 하나의 제목으로 묶여 있습니다. 왜일까요.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아, 발견한 사람은 잘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보물만 사는 것이 아니라 보물이 묻힌 밭도 함께 말입니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아, 발견하면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습니다'. 
 
The kingdom of heaven is like treasure hidden in a field, which someone found and hid; then in his joy he goes and sells all that he has and buys that field.
첫 번째 비유에서 하늘나라가 보물이라면 우리는 발견한 사람일 것입니다. 보물(하늘나라)를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팔아 보물만이 아니라 보물이 묻혀 있는 밭을 통째로 삽니다(buys 현재형). 하늘나라는 성당에만, 내 종교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 묻혀 있습니다. 하늘을 얻기 위해서는 세상을 얻어야 합니다. 세상을 외면한 채 하늘 나라만 달랑 가질 순 없다는 말입니다. 
 
Again, the kingdom of heaven is like a merchant in search of fine pearls; on finding one pearl of great value, he went and sold all that he had and bought it.
두 번째 비유에서 하늘나라가 '상인'이라면 우리는 당연히 '진주'일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계시는 그분은 진주를, 그것도 '좋은 진주'를 찾는 분이시며 좋은 진주를 발견하자,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습니다. 이미 '사셨다'(bought 과거형). 앞으로 산다는 말이 아니라 그분은 우리를 이미 ‘사셨습니다’. 우리를 그냥 진주가 아니라 '좋은 진주'에 비유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돌이킬 수 없는 과거형으로 '이미 샀다'라고 말씀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의 천명처럼 들립니다. 
 
인간 쪽에서만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늘나라를 사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도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우리 인간을 사십니다, 아니 이미 사셨습니다. 사랑하는 외아들 예수를 세상에 보내셨을 때, 마지막 목숨마저 내어놓고 인간들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이미 우리들을 '사셨던' 것입니다. 우리 중에는 아직 보물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가진 것을 다 팔지 못해 여태껏 그 밭을 사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이미 우리를 사셨다.'라는 깨달음이 이번 한 주간 우리들의 믿음을 이끌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남아 있는 문제는 우리가, 내가, 정녕 좋은 진주처럼 살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를 사셨던 그 순간에 우리를 '좋은 진주'라 여기셨다는 것일 테니 그렇다면 우리는, 나는 애초 그 모습을 얼마나 잘 지켜내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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