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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13,1-23 그분은 멈추지도 지치지도 않고 씨를 뿌리신다(연중 제15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이번 주 주일 복음은 다들 잘 아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우리는 이 복음을 읽을 때 주로 내가 어떤 땅인가를 묵상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번 주일엔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해서 묵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길바닥일 때도 있고 돌밭일 때도 있고 가시덤불처럼 가시투성이일 때도 가끔 좋은 땅일 때도 있지만 씨를 뿌리시는 그분은 멈추지도 지치지도 않고 내게 씨를 뿌리십니다.
말씀이신 그분(씨)은 말릴 틈도 없이 내 마음에 떨어져 내리고, 새들에게 먹힐 줄 알면서도,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할 줄 알면서도, 햇살에 타버려 없어질 줄 알면서도, 가시덤불에 숨이 막힐 줄 알면서도, 그 어떤 조건도 마다하지 않고 기어이 땅에게 자신을 맡기십니다. 내가 좋은 땅일 때만 내게 오시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씨를 뿌리는 이도 수확이 많이 나올 곳에만 골라서 씨를 뿌리시는 게 아니지요. 씨 뿌리는 이도, 뿌려지는 씨도 땅을 선택하거나 마다하지 않습니다. 오직 땅만이 자신의 문제로, 오직 나만이 나 자신의 문제로, 씨를 거부하고 씨 뿌리는 이를 원망합니다.
기도하지 못하겠다거나 성당에 나오지 못하겠다거나 고해성사를 보지 못하겠다 싶을 때가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씨를 뿌리시는 하느님도, 말씀의 씨앗이신 예수님도 우리를 탓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을지라도 씨를 뿌리십니다.
우리는 모든 면이 좋거나 늘 좋은 땅은 아니지만, 서툴어도 애써 들이는 노력이나 부족하고 내키지 않더라도 마음 먹는 선한 지향에 떨어진 그분의 씨앗이 수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작은 존재에서, 새들이 와서 먹어도 남을 만큼 풍부한 씨앗을 내는, 돌을 덮을만큼 흙이 넉넉한, 가시덤불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무들도 넉넉히 키울 수 있는 좋은 땅으로 차츰차츰 변화할 것입이다. 새, 돌, 가시덤불이 없는 땅이 아니라 새가 있어도, 돌이 있어도, 가시덤불이 자라도, 뿌리 내리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 그런 땅. 이번 주간 동안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탓하며 포기하는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매 맺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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