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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13,1-9 새가 있어도, 돌이 있어도, 가시덤불이 자라도, 뿌리 내리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 그런 땅 #dailyreading 본문
마태 13,1-9 새가 있어도, 돌이 있어도, 가시덤불이 자라도, 뿌리 내리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 그런 땅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1. 7. 21. 08:11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마태 13,8)
나는 모든 면이 좋거나 늘 좋은 땅은 아니지만 서툴지만 애써 들이는 노력이나, 부족하고 내키지 않더라도 마음 먹는 선한 지향에 떨어진 그분의 씨앗이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작은 존재에서, 새들이 와서 먹어도 남을 만큼 풍부한 씨앗을 내는, 돌을 덮을만큼 흙이 넉넉한, 가시덤불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무들도 넉넉히 키울 수 있는 좋은 땅으로 차츰차츰 변화할 것이다. 새, 돌, 가시덤불이 없는 땅이 아니라 새가 있어도, 돌이 있어도, 가시덤불이 자라도, 뿌리 내리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 그런 땅.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탓하며 포기하는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매 맺는 삶 말이다.
일 년 사이에 다섯 번째 이사다. 분원에서 사는 동안 이사를 하는 경험도 쉽지 않은데 나는 세 번째 분원 이사이고, 이번엔 발등이 부러져 깁스 상태로 자동차 30분 거리를 매일 스타렉스로 운전해서 출퇴근을 했다. 그런데 본원 안에서도 5번째 이사다. 그리고 이 마지막 이사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이사를 통보 받는 방법도, 이사를 가야하는 방 상태도, 내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이불도 시트도 커튼도 없어 아예 방을 통째로 옮겨야 할 판인데다 퇴근 후에 시간을 내면 에어컨이 나오는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워서 선풍기 하나로 이 이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다 옮기고 나면 저녁 시간이나마 에어컨이 나오긴 하지만, 마음이 꼬여서인지 선뜻 마음 먹기가 싫었다. 그래, 싫었다. 거의 이틀을 혼자 투덜거리며 보냈던가...
그런데 어제 밤 퇴근해서 방에 들어갔는데 메모가 하나 있었다. 후배 수녀님의 메모였다. "00수녀님, 청소도 했고, 요도 깔아 뒀고, 시트도 씌웠고, 커튼도 달아뒀고, 침대커버는 벗겨서 개켜뒀으니 바로 잠들 수 있어요. 너무 더우니 당장 꼭 시원하게 주무세요." 눈물도 조금 났고, 무엇보다 부끄러웠다. 본인도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하고 지쳤을텐데 이렇게 날 위해 애써줬구나 싶어 정당하다 싶었던 내 불평불만이 그렇게도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 복음을 묵상하니, 하느님이 이 후배 수녀님의 고운 마음을 내게 뿌리셨구나 싶었다. 물론 나의 한숨에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도록 동조해준 동료 수녀님들의 마음 씀씀이도 내게 뿌려진 하느님의 씨앗이었다. 그러니 나도 살아야겠다, 수많은 문제들을 탓하며 포기하는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매 맺는 삶을 말이다.
… 은총을 기억하려면 이야기를 좀 더 보태야 한다. 오늘 점심 때 에어컨이 나오는 30여분 동안 후다닥 일부를 옮겼다. 나머지 짐은 끝기도 후에 마저 해야겠다 싶었는데 저녁기도가 끝나고 잠시 방에 들어왔는데 지나가던 동생 수녀님이 보고서는, 당장 옮기는 걸 도와주겠다고 해서 체조 시간 동안 나머지 짐을 결국 다 옮겼다. 이제 슬슬 정리하고 내일 청소만 하면 마무리가 된다. 내가 한 일보다 도와준 사람들의 몫이 훨씬 컸다, 마치 내 기도와 그분의 은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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