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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요한의 우물 (118)
깊이에의 강요
성모님께서 딱 두 말씀을 하십니다. "포도주가 없구나."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 두 말씀으로 성모님께서는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십니다. "포도주가 없구나."하신 성모님의 말씀을 되새겨 봅시다. 성모님께서는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십니다. 그러나 어떠한 결론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있는대로만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의 기도도 이러해야할 것입니다. 그저 내가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 지금 나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성모님은 포도주가 없으니 포도주를 달라고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혹시 우리 마음대로 되기를 바라며 내가 원하는 결과까지 아뢰지는 않는지요. 두 번째 말씀은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 복음을 읽을 때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이야기입니다.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서문시장을 가고 있었는데 사람이 많아 함께 앉을 수 없어서 엄마는 앞쪽, 저는 뒤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뒤에 앉아 있던 저는 도착지가 가까워지자 미리 문 앞에 서 있다가 어른들 힘에 떠밀려 그만 한 정거장 전에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신기하게도 엄마는 곧장 버스를 세우시고 저를 다시 태우셨지요. 저는 엄마가 나보다 앞에 앉아 있으니 나를 볼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앞에 앉아 계셨어도 내내 뒤돌아보며 저를 염려하셨던 겁니다. 저는 엄마가 나를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엄마가 지켜보신다는 믿음은 늘 저를 든든하게 했습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
영어로 복음을 읽기 시작한 후로 새로운 단어들이 눈에 보인다. 물론 지금의 내 삶이 그 묵상 꺼리를 쏙쏙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recline이라는 단어가 세 번 나온다.'기대다' '눕다'라는 뜻이라는데 성경에는 '자리를 잡다'라고 번역되었다. 첫째,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recline을 명하시고,두번째, 사람들은 그 명에 따라 recline을 행했다. 이들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어쨌든 recline하라는 명에 따른 이들이다. 이들이 오천 명쯤.세번째, 감사를 드린 빵과 물고기를 recline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신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기대다'라는 단어 덕에 제자 요한도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고어쨌든 recline한 사람들은 예수님..
(레지오 훈화)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토마스가 부활을 확인할 방법은 상처 밖에 없었나 봅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다 부활하신 분이시라면 죽음의 '상처'말고 또 뭐가 있겠습니까. 믿지 못하는 토마스를 위해 다시 한 번 나타나셔서 당신 상처를 기꺼이 드러내 보여주시는 예수님과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고 말하는 토마스가 어쩌면 스승과 제자로서 어울린다 싶기도 합니다. 사람끼리의 진짜 관계가 시작되는 시점은 상대방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인간 구원을 위해 상처 입는 것을 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