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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14,1-12(훈화) 본문

요한의 우물/요한 14장

요한 14,1-12(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14. 5. 17. 08:50

 

우리 성당은 조명이 참 잘 설치되어 있는 편인데, 성체조배 시간에는 성광을 비추기 위해 adoration 조명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이렇게 성광 속 성체를 비추는 건 바로 옆에 놓여진 두 개의 초가 아니라 실은 높은 천정 양쪽에 설치된 조명이란 말이지요. 성광을 환히 비추기 위해서는 가까이에서 스스로 빛나는 촛불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위를 밝히는 촛불은 없는 것 보다야 낫지만, 대상을 비추되 멀리 있어서 드러나지 않는 조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세상사도 이런 관계가 비일비재합니다. 스스로 빛나 자신을 밝히는 빛으로 주위를 밝히는 촛불 같은 삶이 있는 반면 멀리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오로지 대상만을 비추는 조명 같은 삶도 있지요.

 

이번 주 복음에서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라고 하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예수님을 보고서도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는 제자들처럼, 예수님을 알려 주시는 하느님을 의식하지 못하며 사는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나를 비추어 주시는 예수를, 나를 비추어 주는 내 이웃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나아가 은총의 주인이신 하느님은 외면한 채 내 바로 옆의 촛불에게만 감사하며 살아가는 건 아닌지 자신을 뒤돌아보는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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