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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요한의 우물 (118)
깊이에의 강요
내가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께서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다.(요한 7,29) 사람들은 예수님이 나자렛에서 왔다고 말하며 그분을 안다고 말했지만 예수는 자신이 하느님에게서 왔고 다만 하느님을 안다고 말한다. 우리는 결과를 끌어내는 원인을 어디까지 소급해서 볼줄 아는가. 겉으로 보이는 타인의 몇몇 행동들만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쉽게 판단하진 않는지, 내 죄와 자주 걸려 넘어지는 걸림돌을 너무 피상적으로 성찰하진 않는지.
너희를 고소하는 이는 너희가 희망을 걸어 온 모세이다.(요한 5,45) 나를 행동하게 했던 에너지가 나를 태울 수도 있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랑받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고야 마는 안쓰러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욕구의 정화.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요한 5,8) 낫고 싶냐는 질문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보다 먼저 가서...하며 남 얘기만 하던 병자에게 하신 이 말씀이 오늘은 “남얘기 그만하고 네 삶을 통해 일어나라.” 그리고 “네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거라.”하시는 듯 읽힌다. 아니나 다를까, 그림을 검색했더니 이 그림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내 삶을 통째로 깔고 앉아서 밍그적거리며 나아보려는 노력보다, 낫지 못할 (혹은 않을) 이유만 열거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또 한번 되돌아 본다. 그런 후 다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건강해지고 싶으냐?"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당신의 살과 피를 먹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듣기에 거슬려 투덜거리며 떠나는 사람도 있었고, 시몬 베드로처럼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하며 계속 머무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말씀 안에서 사람을 살리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힘으로 머물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당연히 떠나갔습니다.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이해하면 어떻게 될까요? 십자가를 바라보며 눈에 보이는 형틀이나 고통 속에 죽으신 예수..
요즘 제가 흥미롭게 읽고 있는 책은 ‘기생(寄生)’에 관한 책입니다. 기생충에 대한 아주 편협한 지식만 가지고 있던 제게 이 책은 어마어마한 세상을 열어 보여 주었습니다. 기생충은 숙주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데, 숙주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많지만 어떤 경우, 기생충과 숙주는 진화를 거듭해가면서 서로의 공생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개비는 게의 다리 부분에 붙어서 몸속으로 침투하여 그 안에서 살아가며 숙주인 게의 성별까지 바꿔가면서 몸 안에 알을 낳고 살아갑니다. 따개비가 일단 몸에 들어와 기생하기 시작한 게는 그때부터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려가면서까지 따개비를 먹이고 키우며 따개비의 알까지 돌봐주고 탄생을 위해 헌신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 연중 18주일 요한 6,24-35 며칠 전 어떤 흑인 한분이 오셔서 질문을 하셨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에서 쫓겨난 후 카인과 아벨을 낳았는데, 카인은 아벨을 죽인 후 어디로 갔냐는 겁니다. 성경에 관한 질문인가 싶어 대답을 하다 보니 그분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결국 저는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대답했고, 그분은 “나는 알고 있다”고 했지요. 엉뚱한 성경 논쟁이 목적이었나 봅니다. 결국 저는 “나는 그곳이 어딘지 모릅니다. 하지만 내겐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 내가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 예수님을 통해서 이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예수님을 통해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마무리를 했지요. 그분에겐 성경을..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요한 10,1.10) 며칠 전 무장해제된 경험의 재해석.하느님은 여태껏 내가 수도 없이 드나들며 놀고 쉬게 해주셨건만나는... 여태 힘주고 있는 문이었구나 싶은. 예수님 따라 양들이 드나드는 문의 삶을 살고자 시작했건만,문이라는 내가, 열고 닫고를 정하고 싶었다.문이라는 건 소통과 구별을 위해 존재하며 드나드는 이들의 열고 닫음에 의해 움직이건만,열어주고 말고는 내가 정하고 싶었던... 문이랍시고 서 있으면서도 드나드는 사람, 시간마저 내뜻대로 하고 싶었던 나의 모습은그동안 한순간의 망설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