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렌의 노래
- 박태범 라자로 신부
-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그녀, 가로지르다
-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 사랑이 깊어가는 저녁에
-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 테씨's Journey Home
- 성서 백주간
- El Peregrino Gregorio
- KEEP CALM AND CARRY ON
- HappyAllyson.Com 해피앨리슨 닷컴
- words can hurt you
- 삶과 신앙 이야기.
- Another Angle
- The Lectionary Comic
- 文과 字의 집
- 피앗방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홍's 도서 리뷰 : 도서관을 통째로. : 네이버 블로…
- 행간을 노닐다
- 글쓰는 도넛
- 명작의 재구성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 자유인의 서재
- 창비주간논평
- forest of book
- 읽Go 듣Go 달린다
- 소설리스트를 위한 댓글
-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 리드미
- 여우비가 내리는 숲
- 인물과사상 공식블로그
- 개츠비의 독서일기 2.0
-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 서재)
- 세상에서 가장 먼 길,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2.…
- YES
- Down to earth angel
- BeGray: Radical, Practical, an…
- newspeppermint
- 켈리의 Listening & Pronunciation …
- Frank's Blog
- 클라라
- Charles Seo | 찰스의 영어연구소 아카이브
- 영어 너 도대체 모니?
- 햇살가득
- 수능영어공부
- 라쿤잉글리시 RaccoonEnglish
- Daily ESL
-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 교회 음악 알아가기
- 고대그리스어(헬라어)학습
목록마르코의 우물 (134)
깊이에의 강요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마르 10,28) #dailyreading 베드로가 나서서 말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얼마나 뜬금 없는 말인가 싶어 몇 번을 읽었다. 나서서-그렇게 급한 일인가- 말하다니, 보시다시피-이렇게나 자신이 있었나-라니, 모든 것-과연-을 버렸다니… 몇 번을 되뇌다 보니, 이 말은 참말로 무서운 말이구나 싶었다. 얼마나 철없는 말인가도 싶고 얼마나 겁없는 말인가도 싶고. 베드로의 이 말을 끝내 내 기도로 만들지 못하고 예수님의 말씀으로 넘어갔다. 예수님의 말씀도 몇 번을 읽었다. 그리고 예수님 말씀에서는 반복되는 말들이 있었다. ‘때문에’와 ‘받을 것이다’ ‘때문에’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마르 9,42-43) 죄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치라는 말씀이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하시며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를 먼저 꺼내신 후 '나'를 죄짓게 하는 경우는 세 가지나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모두 '나'이다. 나의 손, 나의 발, 나의 눈. 나를 죄짓게 하는 나의 손, 나를 죄짓게 하는 나의 발, 나를 죄짓게 하는 나의 눈. 차라리 잘라 버리는 것이, 빼 던져 버리는 것이 낫다 하시며 단호하게 이르신다, 내가 스스로 죄짓지 않도록. 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하고 분부하셨다. 그러자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렸다. (마르 8,15-16) 제자들은 자신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고 상황도 잘 판단했다고 여겼겠지만 실은 자신들의 빵에 대한 욕구를,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을 뿐이다. 더불어 실은 잘 알아듣지 못했음을, 자신들의 생각에만 파묻혀 있었음도 드러냈다. 내 말도 그렇다. 잘 판단하고 재치 있게 말했다 싶어도 드러나는 건 그게 아닐 수 있다. 듣고 있었기에 ‘들었다’고 생각했겠지만 내 생각에만 집중했을 수도 있고, 수차례에 걸쳐 거듭 생각했으니 정확하게 판단했다 확신이 들어도 아닐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말을 삼가고 또 삼가고…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마르 4,21-22) 굳이 가리키거나 애써 소리치지 않아도, 내 안에 빛을 밝히면 주위는 밝아지고 고요한 가운데 진짜가 드러난다. 기도의 원리도 이와 같다. 드러내기 싫은 죄책감과 숨기고 싶은 과오, 부끄러운 실수와 후회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너무 힘든 쓸쓸함이나 꽁꽁 감춰둔 희망, 이래도 될까 싶은 불안이나 너무 무거운 책임과 부담감…도 하느님 앞에서는 고요히 드러난다. 그분이 아신다. 그러니 빛이신 주님을 내 앞에 두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들어오시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그분은 나를 밝히신다.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마르 3,8-9) #dailyreading 오늘따라 다른 구절 다 제쳐두고 ‘거룻배’에 자꾸 눈길이 갔다. 몰려온 군중 앞에서, 당장 손길이 필요한 이들 앞에서 손을 내미시기보다 먼저 (어쩌면 몸을 돌려) 거룻배에 오르신 예수님. 다가온 군중들과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두신 예수님. 당신을 밀쳐 대지 않도록 땅에서 떠나 물 위로, 배 위로 … 그리고 나는 오늘따라 왜 자꾸만 이 장면에 머무는가, 머물고 싶은가 생각했다. 피하고 싶고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을 자신이 없어 당분간만이라도 마주..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마르 2,22) 아침부터 심술이 나서 그럼 헌 포도주는 어떡하냐 따졌다. 새벽미사 내내,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데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으라고만 하시고 헌 포도주는 박대하시니 이래도 되겠냐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오래된 포도주는 이미 잘 담겨 있지 않느냐 하신다. 새 포도주를 담을 부대만 잘 준비하면 될 일 아니냐 하신다. 꽁했던 마음만 들켜서 괜히 더 심술이 난다.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보냈다. (마르 2,4) 남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라고 왜 환난이 없을까. 복음을 묵상하며 들것에 중풍병자를 눕히고 예수님께로 나선 이들을 가만히 따라가 보았다. 예수님 앞에 데려다 놓기 위해 그들은 몇 번의 좌절을 맛봐야 했을까. 힘들여 들것을 들어야 했고, 군중에게 가로막혔고, 사람을 실은 들것을 들고 지붕을 올라야 했고, 막힌 지붕도 뚫어야 했고, 예수님 앞에 내려보내기까지 해야 했다. 조금만 힘을 들이면 되는 일도 아니었고, 가로막힐 일이 없지도 않았고, 단숨에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었다. 그래, 기도가 그렇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을 위해 기도할 수 있나. 우여곡절 없이 어떻게 깊은 기도가 되나. 기도가 ..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가서 보아라. (마르 6,38) 예수님이 하시는 일에 내가 얼마나 가졌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이루시는 분은 그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염려하는 제자들에게 처음부터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하시며 이미 할 수 있음을 알고 계셨다. 그분은 애초부터 제자들과 함께 이루실 작정이셨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통해 하시는 일을 알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어쩌면 내가 지닌 것이 적을 수록, 나 자신이 보잘것 없다고 낙담할수록 말이다. 이 일을 보라. 적게 가졌다고 아예 할 수 없거나 큰 일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 지닌 것이 적을수록 나 자신이 작을수록 그분에 의해 채워질 은총이 더 크다. 예수님께서 나를 통해 하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