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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르코의 우물 (134)
깊이에의 강요
제자들이 “이 광야에서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해 저 사람들을 배불릴 수 있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마르 8,4) #dailyreading 이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하고 대답하셨다. 그러니 우리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자. 선악시비 잠시 접고 나의 할 바를 먼저. 며칠 찾을 게 있어 일기를 보다가 30일 피정 때 봤던 고해성사를 떠올렸고(https://singthelord.tistory.com/m/2590) 내 삶을 더 충실히 살아내자 다짐했었다. 어제 소임 이동을 하는 동생이랑 문자를 주고 받다가, 이 일기를 보여주면서 살다보면 힘든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힘들 때 더 열심히 살아보자고 했다. 그러고보니..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마르 7,34-35) 에파타…이것은 낫고자 하는 이의 기도가 아니라 낫게 하고자 하는 이의 기도, 나의 기도가 아니라 나를 위한 예수님의 기도이다. 나의 기도가 아니라 그분의 기도로 열렸다. 그러니 여는 것이 아니라 열리는 것.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마르 7,28) 오늘은 딸을 위해 예수님 앞에 엎드렸을 시로페니키아 여인의 심정을 짐작해보며 묵상한다. 나라면… 나였다면… 오천 명도 먹이실 수 있는 분이 왜 이렇게 각박하게 행동하는가, 하지 않겠다고 한 마디만 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자존심까지 구기는가…라고 적어도 속으로 반박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여인은 나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왜 나는 자녀처럼 대하지 않느냐고 화내지 않고 자신이 예수와 자녀 같은 관계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그녀는 이방인이므로 예수를, 하느님을 섬긴 적이 없다) 그래도 도와달라고 한다. 요구할 처지는 아니지만 자비를 청한다는 자세. 자비란 내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마르 7,15) 나에게서 나오는 것 즉, 품은 생각, 마음 속 판단, 뒤돌아서 하는 뒷담화, 상처 입히는 날카롭고 험한 말, 생각 없이 뱉는 무례한 말이 나를 더럽힌다. 남도 마찬가지다. 그에게서 나오는 말들은 내가 아니라 그를 망칠 뿐이니, 그 말에 걸려 넘어져 나 자신을 망칠 필요도 없다. 내게서 나온 것은 나를, 그에게서 나온 것은 그를… 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지.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마르 6,56) 기도에 대해 말할 때 종종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자녀를 위해 손발이 닳도록 기도하고 헌신 봉사하며 살았다 해도 천국 문은 각자 열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아무리 예수님 가까이에 데려다 놓아도 손을 대야하는 건 병자 본인이다. 내 일처럼 도와주는 사람이 많고 정성 다해 마음 써주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 해도 마음을 바꾸고 행동해야 하는 건 ‘나’이다. 아무리 날 위해 열심히 기도해주는 이가 있어도 나만이 해야하는 일이 있다. 예수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야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마르 3,5) 아픈 사람이 있었고, 예수께서 먼저 그를 불러내시고, 손을 뻗을 수 있도록 말씀하시고, 그가 스스로 손을 뻗어, 다시 나았다. 당신을 고발하려는 걸 알면서도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기 위해 “손을 뻗어라” 말씀하시는 예수. 두렵고 떨리지만 자신을 둘러싼 악의적 분위기를 이겨내고 결국 예수님께로 손을 뻗은 사람. 율법과 관습을 뛰어 넘어 인간을 보듬으시는 예수. 아픔과 두려움을 뛰어 넘어 예수께로 가는 인간. 이것은 기도이다. … 오전에 마무리했던 묵상이 오후에 다시 이어졌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구원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청하는 것이 기도..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마르 1,45) 첫마음은 왜 이리도 잘 잊힐까… 첫마음이 잘 유지되면 좋겠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무릎까지 꿇어가며 도움을 청할 땐 스승께서 하려는 일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40절), 바로 자신의 행동이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겠지. 가능성에 대고 빌었지만 나의 부주의가 다음 가능성을 막을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쉽게 잊고 산다. 일단 나의 원의가 이루어지고 나면 … 흩날리던 눈송이처럼 땅에 닿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나의 다짐과 기도들은 얼마나 많았나. 선의(예수님의 치유를 ‘선의’라고 말하기엔 너무 가볍..
그때에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있었는데,(3절) 이 복음은(마르 2,1-5) 교리교사 3일 기도로 뽑은 둘째날 성경 텍스트였다. 그리고 기도 내내 '네 사람'이 마음에 들어왔다. 예수를 따르던 군중 중의 일부였을 사람들(3절)이었지만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갈 마음을 먹은 후 그들은 '네 사람'(3절)이 되었다. 그들도 예수를 보고 싶었을 텐데, 중풍 병자를 데려 가느라 노력과 시간을 써버리고 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 앞까지 차지하고 있었다. 중풍 병자를 들고 계단을 올랐는데 지붕이 막혀 있었고 그들은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야 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서 들것을 달아 예수님 앞으로 내려보냈다. 몇 번이나 가로막혔지만 끝까지 중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