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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2 (11)
깊이에의 강요

신부님 어머니 장례미사에 다녀왔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 뿐이라 장례 미사를 가면 늘 남은 사람들을 걱정하게 되는데 오늘도 어머니의 장례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의 마음을, 자신의 방에 한참 동안 두었던 어머니의 영정 사진을 제대 앞에 놓아야 하는 심정을 헤아릴 수 없다는 게 속상해서 한참을 울었다. 엠마 어머니는 치매를 오래 앓으셨다. 멈춘듯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랑하는 아들 신부도, 행동의 순서도, 언어까지도 천천히 잊혀갔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남았던 건 기도문이었다고 한다. 그 기도문은 사라지지 않은 기억이 아니라, 어쩌면 어머니의 존재 자체가 아니었을까. 평생 수도 없이 말했던 무수한 단어들은 거의 모두 잊혔지만 끝내 남았던 기도문.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기억은 모두 사라졌어도 자신..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마르 9,35) 살아갈수록 세상에는 자연스럽게(나이로, 능력으로, 힘으로, 욕망으로...) 정리되는 서열에서의 꼴찌 말고 자처해서 낮은 자리나 보이지 않는, 힘을 부리지 못하는 자리로 기꺼이 내려가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이가 들거나 능력이 출중하지 못하거나 힘이 약해서 밀려나는 꼴찌 말고 이들을 앞세울 줄 아는 맨 마지막 꼴찌. 내가 앞서길, 내가 높이 오르길, 내가 드러나길 바라는 사람들 틈에서 고개 숙이고 시중을 들고 자신을 감추어야 하는 종처럼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섬길 줄 아는 종들을 위한 종. 시종일관 이렇게 살아왔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사순시기를 시작하려는 지금, 다시 엎드리고 내려갈 준비를 한..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반대하고 싶었다. 이 선택은 모으는 길이 아니라 가르는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몇 번이나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곧 그만두었다. 이 방법을 택해도 가르는 길이 아니라 모으는 길로 가려고 노력할 사람들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눈에 옳다고 여겨지는 선택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믿는 길을 택했다. 오늘 복음(마르 9,5-6https://singthelord.tistory.com/m/3116)을 묵상하면서 더 분명해졌다. 하느님을 향한 길도 휠 수 있고, 방향을 틀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매순간 내가 하느님을 향하는 것이고, 나를 당신께로 부르시는 분의 사랑을 알고 의탁하는 것. 내 눈에 휜 길이라고 멈춰 선다면 나는 영..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마르 9,5-6) #dailyreading 좀 더 젊은 수녀였을 땐 스승과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왜 꺾여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만큼 걸어와 뒤돌아보니 그것은 꺾이는 것이 아니라 다듬어지는 과정이었다는 걸 수긍할 수 있다. 그래도 그때는 아팠지…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 늘 옳은 것은 아님을 오늘 또 배웠다. 하느님을 향한 길도 휠 수 있고, 방향을 틀면서도 앞으로 나아간다. 휜 길이라고 멈춰 선다면 영영 그곳에 갈 수 없다. 앞으로 곧장 나아가지 않는다 해서 도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마태 5,27-28) #dailyreading 반복되는 구절 ‘… 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말씀에 숨지 말 것. 합리화에 넘어가지 말 것. 하느님 앞에 가릴 것 없도록,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떳떳할 것.

제자들이 “이 광야에서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해 저 사람들을 배불릴 수 있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마르 8,4) #dailyreading 이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하고 대답하셨다. 그러니 우리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자. 선악시비 잠시 접고 나의 할 바를 먼저. 며칠 찾을 게 있어 일기를 보다가 30일 피정 때 봤던 고해성사를 떠올렸고(https://singthelord.tistory.com/m/2590) 내 삶을 더 충실히 살아내자 다짐했었다. 어제 소임 이동을 하는 동생이랑 문자를 주고 받다가, 이 일기를 보여주면서 살다보면 힘든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힘들 때 더 열심히 살아보자고 했다. 그러고보니..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마르 7,34-35) 에파타…이것은 낫고자 하는 이의 기도가 아니라 낫게 하고자 하는 이의 기도, 나의 기도가 아니라 나를 위한 예수님의 기도이다. 나의 기도가 아니라 그분의 기도로 열렸다. 그러니 여는 것이 아니라 열리는 것.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마르 7,28) 오늘은 딸을 위해 예수님 앞에 엎드렸을 시로페니키아 여인의 심정을 짐작해보며 묵상한다. 나라면… 나였다면… 오천 명도 먹이실 수 있는 분이 왜 이렇게 각박하게 행동하는가, 하지 않겠다고 한 마디만 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자존심까지 구기는가…라고 적어도 속으로 반박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여인은 나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왜 나는 자녀처럼 대하지 않느냐고 화내지 않고 자신이 예수와 자녀 같은 관계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그녀는 이방인이므로 예수를, 하느님을 섬긴 적이 없다) 그래도 도와달라고 한다. 요구할 처지는 아니지만 자비를 청한다는 자세. 자비란 내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