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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3 (15)
깊이에의 강요

우리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느님이시오. (요한 8,41) #dailyreading 공허한 말이다 싶었다. 거짓도 아니요, 그렇다고 참도 아닌 이 말은 얼마나 텅 비어 있는지. 이 말을 한 사람들은 '당신(예수님)을 믿는 유다인'(31절)이었다. 나의 말은, 예수님을 믿는 나의 기도는 얼마나 진짜일까. 사람들이 한 이 말의 진실 여부는 말 자체에 달려 있지 않다. 그 말을 한 사람의 마음 속 생각과 행위, 삶이 증명해야 참이 된다. 우리의 기도도 기도 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내 생각과 행위, 삶 자체가 '아멘'으로 울려 퍼져야 비로소 참이 된다. 오랜 만에 본원에 갔는데 계절이 계절이라 온 동산이 꽃들로 가득했다. 성모상 근처 바위 옆에 무더기로 피어나는 이 꽃은 조팝나무인데, 사람들이 이팝나무로 혼동하..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요한 8,7.9) #dailyreading 복음을 묵상할 때마다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았던 이 장면의 남자들. 그런데 오늘은 '그래도 이 사람들은 부끄러워할 줄은 알았구나.' 싶었다. 적어도 부끄러운 줄 알고, 뒤늦게라도 사라질 줄 아는 사람들. 현대인의 대화는 상대를 향한 맹렬한 비난이 난무한다. 우리는 곧잘 타인의 죄를 나의 올바름으로 착각하고 떳떳하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무나, 그 누구라도 비난한다. 수치심 없는 공격성. 주님, 부끄러움을 알게 하소서. 자신을 돌아보고, 뉘늦게라도 뉘우칠 줄 알게 하소서.

에렌 베커. 웅진주니어. 오랜 만에 그림책. 너무 좋았다. 아이의 손끝에서 뻗어나간 상상이 작고 소박해서, 자신의 행복만 좇지 않아서,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아서, 상상이 현실을 잊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행복하게, 어울리며 살도록 해서… 갖가지 등이 달린 깊은 숲도, 멋지고 화려한 성도 아이에겐 지나가는 배경인 것마저 좋았다. 나의 배경보다 지금 내가 그리는 나의 삶!

팀 슈러 지음. 이은경 옮김. 윌북. 제목 때문에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읽기를 참 잘했다 싶었던 책. 아폴로 11호에 함께 타고 달에 도착했지만 달에 발을 내딛지 않고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무사히 지구에 데려가기 위해 우주 공간에서 기다렸던 마이클 콜린스. 두 사람이 전 세계의 이목과 찬사를 받고 있을 때 콜린스는 달의 주위를 돌며 묵묵히 평생을 바쳐 훈련한 그 일을 해냈다. "나는 달 탐험에서 내가 맡은 임무, 내가 수행한 역할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습니다. 임무를 성공시키려면 세 명의 역할이 모두 필요했어요." 스티브 잡스 곁 제임스 히가는 잡스의 최측근으로 일했지만 잡스를 대신해 회의를 참석하고 협상을 하면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는 등 철저하게 스스로를 비밀에 부쳤다. "그는 잡스를 위..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그러자 죽었던 이가 손과 발은 천으로 감기고 얼굴은 수건으로 감싸인 채 나왔다. (요한 11,43-44) #dailyreading 꽁꽁 묶인 채로 어둠 속에 갇혀, 죽음에 갇혀, 동굴에 갇혀 있던 라자로. 천으로 감긴 손과 발로, 수건으로 감싸인 얼굴로 자신을 부르시는 예수님께로 걸어가는 라자로를 묵상했다. 하지만 묵상을 하다보니 자꾸만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뒤돌아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라자로의 뒤에서, 나를 부르시는 예수님께로 가기 위해 무덤을 나가고 싶지만 감긴 손과 발이 불편하고 감싸인 얼굴이 어색해 그만 멈추고 싶어하는 내가 있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싶고 멈추어도 괜찮다 싶어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도, 나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일어서고 싶어..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소리도 없이 소복하게 피어난 작은 꽃들을 보며 질곡의 세월마저 고요하게 품어 안으셨던 성모님을 생각했다. 스스로 소리치지 않으니 오히려 보는 이가 탄성을 자아내는 삶. 내 고향이기도 하지만, 어릴 적부터 다니던 동네에 수녀가 되어 다시 살았고, 다른 소임을 살다가 10년 만에 돌아와 다시 여기에서 살고 있다. 이제는 잘 단장된 공간이라 더 예쁘기도 하지만, 그때 그 꽃이 올해도 이렇게 예쁘게 피었구나 싶어 새삼 감동하게 된다. 해마다 묵묵하게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구는 삶의 무게. 고목(古木)도 거목(巨木)도 아니고, 일 년에 며칠을 꽃피우것 말고는 눈에 띌 일도 없지만, 변함 없이 그 자리에서 피..

우리는 모두 '라자로'입니다. 라자로를 벗으로 삼으시고 사랑했던 예수님(3절.5절.11절.36절)께서는 우리도 친구라 부르시고 사랑해 주십니다. ‘하느님이 도와주시는 자’라는 뜻의 이름의 라자로처럼 우리 역시 하느님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지요. 라자로를 살리듯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를 살리고 계십니다. 그런 예수님께서 라자로가 죽었다는 전갈을 들으시고도 왜 한걸음에 달려가 치유해 주시지 않으셨을까요? 비록 라자로가 죽어 무덤에 묻혔다고 하더라도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라자로를 살리기 위해서 서둘러 가시지 않고 왜 이틀이나 더 지체하셨을까요? 이번 주는 지난 주 태생소경 복음보다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갑니다. 예수님은 죽은 지 나흘째 되는 날(유다인들은 넷째 날이 되면 영혼은 멀리 떠나가고 본격적으로 ..

주여, 주님은 제가 나이를 먹고 있으며 언젠가는 늙게 된다는 사실을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나이다. 제가 수다스러운 사람이 되지 않게 도와주옵소서 아무 때나 어떤 일에든 반드시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습관을 갖지 않게 해 주옵소서 모든 사람의 잘못을 고쳐주고 싶은 갈망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옵소서 사려 깊지만 침울하지 않도록 해 주옵소서 많은 지혜를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전부 사용할 수 없음은 애석한 일입니다만, 주님은 아십니다. 결국 저도 몇 사람의 친구를 원하게 될 것뿐임을. 제가 끊임없는 지엽적인 문제들에 연연해하지 않고 바로 핵심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주옵소서 제가 느끼는 많은 아픔과 고통을 입 밖에 내지 않도록 해 주옵소서 세월이 흐를수록 고통은 커져만 가고 그것을 드러내고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