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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11,43-44 또 다른 라자로 #dailyreading 본문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그러자 죽었던 이가 손과 발은 천으로 감기고 얼굴은 수건으로 감싸인 채 나왔다. (요한 11,43-44) #dailyreading
꽁꽁 묶인 채로 어둠 속에 갇혀, 죽음에 갇혀, 동굴에 갇혀 있던 라자로. 천으로 감긴 손과 발로, 수건으로 감싸인 얼굴로 자신을 부르시는 예수님께로 걸어가는 라자로를 묵상했다. 하지만 묵상을 하다보니 자꾸만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뒤돌아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라자로의 뒤에서, 나를 부르시는 예수님께로 가기 위해 무덤을 나가고 싶지만 감긴 손과 발이 불편하고 감싸인 얼굴이 어색해 그만 멈추고 싶어하는 내가 있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싶고 멈추어도 괜찮다 싶어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도, 나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일어서고 싶어하지 않는 나.
하지만 지금 이대로 있고만 싶은 고질적인 유혹을 떨쳐내고 그 어둠 속 동굴을 내 발로 걸어나와야만 나를 살리시려는 예수님을, 내가 살아나기를 기도하던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어둠 속에 혼자 갇혀 있으면 예수님도 가족도 이웃들도 만날 수 없다. 그러니 자꾸만 갇히려 하는 나를, 어둠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죽음 같은 적요 속에 잠기려하는 나를, 내가 가장 사랑해주고 이끌어주어야 한다.
갇힌 묵상에서 걸어나올 수 있었던 건 어느 정도는 이 그림 덕분이다. 저렇게 밝은 곳에서 애타게 소리쳐 나를 부르셨구나 싶어, 나는 또 저렇게 어두운 곳에 서 있었구나 싶어서… "이리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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