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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안경알을 새로 맞췄다 본문

하루하루 부르심따라

안경알을 새로 맞췄다

하나 뿐인 마음 2023. 2. 18. 16:32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반대하고 싶었다. 이 선택은 모으는 길이 아니라 가르는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몇 번이나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곧 그만두었다. 이 방법을 택해도 가르는 길이 아니라 모으는 길로 가려고 노력할 사람들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눈에 옳다고 여겨지는 선택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믿는 길을 택했다.

오늘 복음(마르 9,5-6https://singthelord.tistory.com/m/3116)을 묵상하면서 더 분명해졌다. 하느님을 향한 길도 휠 수 있고, 방향을 틀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매순간 내가 하느님을 향하는 것이고, 나를 당신께로 부르시는 분의 사랑을 알고 의탁하는 것. 내 눈에 휜 길이라고 멈춰 선다면 나는 영영 그곳에 갈 수 없다. 돌아가는 길이라해도 그분을 향한다면 앞으로 곧장 나아가지 않는다 해서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가는 사람들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야말로 그분 사랑을 믿고 의지하는 일.

안경알을 새로 맞췄다. 수녀원으로 돌아오는 길, 눈을 들어 바라본 세상은 더 선명해졌는데 막상 내가 들고 있는 휴대폰은 더 휘어져 보였다. 얻는 게 있고 잃는 것도 있으니 못내 아쉽지도 한껏 기쁘지도 않았다. 대신 선명해진 세상에는 감사하고 휘어 보이는 것들은 실은 더 바르고 곧으리라 믿기로 하자 싶었고.

하느님이 오늘 내게 보여주신 세상은 더 선명했고, 내가 믿고 의지하는 이들도 내가 보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바르고 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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