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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2/25 (1)
깊이에의 강요
장례 미사를 다녀왔다
신부님 어머니 장례미사에 다녀왔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 뿐이라 장례 미사를 가면 늘 남은 사람들을 걱정하게 되는데 오늘도 어머니의 장례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의 마음을, 자신의 방에 한참 동안 두었던 어머니의 영정 사진을 제대 앞에 놓아야 하는 심정을 헤아릴 수 없다는 게 속상해서 한참을 울었다. 엠마 어머니는 치매를 오래 앓으셨다. 멈춘듯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랑하는 아들 신부도, 행동의 순서도, 언어까지도 천천히 잊혀갔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남았던 건 기도문이었다고 한다. 그 기도문은 사라지지 않은 기억이 아니라, 어쩌면 어머니의 존재 자체가 아니었을까. 평생 수도 없이 말했던 무수한 단어들은 거의 모두 잊혔지만 끝내 남았던 기도문.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기억은 모두 사라졌어도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