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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02 (15)
깊이에의 강요
케이티 클립햄 글. 커스티 뷰티맨 그림. 박원영 옮김. 찰리북. 나 어릴 적 꿈 같던 이야기 속 책방.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생각은 못했지만, 누군가에게 책을 골라주며 함께 책을 읽고 커피도 마시는 조그만 동네 책방을 꿈꿨었다. “무언가가 낡아서 삐걱거리면 어떻게 돼요?” 아이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엄마와 밀리가 각각 달랐다. 그렇다면 나는 답은 뭘까?
시드니 스미스 글, 그림. 김지은 옮김. 책읽는곰. 무언가를 향한 마음. 지금, 보이지 않고 소리 없어도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는 존재. 마지막 두번째 페이지에서 너무 울고 싶었고, 마지막 페이지에선 또 웃을 수밖에. 그래, 그런 존재지. 너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필요한 말. "하지만 나는 너를 알아. 너는 괜찮을 거야." 다 읽고 나니 책을 가만히 끌어 앉고 싶었다.
윤이형 지음. 작가정신. 붕대를 감는다는 건 다친 이들을 돕는 행위이기도 하고, 누군가가 다쳤다 혹은 이곳은 전쟁터이다는 말이기도 할 터. 작가는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어떤 삶의 태도가 옳다거나, 어떤 길을 따라오라 말하지 않는다. 이런 목소리, 저런 목소리, 혹은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속마음을 들려준다. 그래도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해서일까. 생각이 너무 다르면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일까. 함께 갈 순 없어도 각자 앞으로 나아갈 순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 가깝게 지내던 트친 한 분이 나를 차단한 걸 알게 되었다.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는 누군가와 내가 맞팔이라는 이유였다는데, 잠시, 누군가는 이렇게도 연결되어 있고 누군..
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책을 시작할 땐 손에서 놓지를 못하겠더니, 책을 놓고 난 후엔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을 창조한 신이어야만 가질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을 대하는 이들의 이야기. 하나가 온전한 하나로 불릴 때, 그 하나는 전부가 되기도 한다. "몸만 가지고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어. 우리의 영혼도 함께 징집해야 해." "산산조각이 난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서서히 모든 사람이 되어서. 아니. 서서히 모든 것이 되어서."
스캇 맥나이트 지음. 전의우 옮김. 성서유니온선교회. 오늘, 우리를 위한 성경읽기. "오늘 우리는 성경을 어떻게 살아 내야 하는가?"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1세기나 4세기, 16세기나 18세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 문화, 우리 시대, 우리 방식으로 성령의 바람이 새럽게 부는 것이다. 더욱이 성경을 제대로 읽는다면, 하느님리 결코 한 세대에게 시간을 거슬러 이전 시대의 방식으로 살라고 요구하지 않으셨음을 알 수 있다. 하느님은 각 세대에게 그 세대에 맞는 방식으로 살라고 말씀하셨다."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되살리는 방식은 성경적인 방식이 아니다. 성경적인 방식은 지속적으로 과거를 취해 새로운 상황에 조화시키되, 성경과 일치하고 성경에 충실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운동에서 지름길이 온전한 ..
말을 한마디만 딱 떼어내서 이해하거나 판단하면 위험하듯이 사람을 볼 때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일부이고, 그 말을 하게 된 경위나 그 사람의 요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순간의 판단은 섣부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일부를 보고 들은 판단’이 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마련이라서 그렇습니다. 성경 말씀도 그렇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데도,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볼 때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를 알아들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용히 성체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덧붙이는 것이나 생략하는 것에서 나의 속마음이 ..
친구들, 한 주간 동안 잘 지냈나요? 지난 주 연날리기가 무척 재밌었지요? 독감에 걸려서 성당에 오지 못한 친구도 있었는데 이번 주에 건강한 모습으로 모두 만날 수 있어서 수녀님은 친구들에게도, 하느님께도 참 감사해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산 위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산상설교의 한 부분이예요. 우리가 지켜야 할 율법이나 계명에 관한 가르침인데요, 눈치 챈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러번 반복되는 문장이 있어요. “...라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살인만 안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형제에게 무례..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일곱 개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나 되었다.(마르 8장) 제일 먼저 올라오는 생각은 매번 내 것을 내놓아야 하는가였었다. 뭘 그리 내놓았다고, 아니, 평생을 내놓고 살고자 시작한 삶이 아니었던가. 읽고 또 읽어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도 지금 내 마음을 달랠 수는 없을 것 같았고 길에서 쓰러져 버릴 거라는 예수님의 말도 내 마음의 장벽을 뚫지는 못할 것 같았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들이(제자들이) ‘나누어 주었다’는 부분을 읽은 후에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일곱을 내놓았는데 일곱 바구니가 남았더라. 무엇보다, 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