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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붕대 감기 본문

雜食性 人間

붕대 감기

하나 뿐인 마음 2020. 2. 28. 15:26

윤이형 지음. 작가정신.

 

붕대를 감는다는 건 다친 이들을 돕는 행위이기도 하고, 누군가가 다쳤다 혹은 이곳은 전쟁터이다는 말이기도 할 터.

 

작가는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어떤 삶의 태도가 옳다거나, 어떤 길을 따라오라 말하지 않는다. 이런 목소리, 저런 목소리, 혹은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속마음을 들려준다. 그래도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해서일까. 생각이 너무 다르면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일까. 함께 갈 순 없어도 각자 앞으로 나아갈 순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 가깝게 지내던 트친 한 분이 나를 차단한 걸 알게 되었다.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는 누군가와 내가 맞팔이라는 이유였다는데, 잠시, 누군가는 이렇게도 연결되어 있고 누군가와는 이렇게도 갈라져야 하는구나 싶었다. 

 

나는, 그래도 같이 가 보겠다. 나란히 걷진 못하더라도.


"손님을 평가하지 마, 절대로. 머릿결이 많이 상하셨네요, 피곤해 보이시네요, 여기 목뒤에 뭐가 나셨어요, 피부가 안 좋으시네요, 이런 말 절대 하지 마. 손님들이 자기 상태를 모를 것 같니? 다 아는데 좀 나아지게 하려고,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려고 미용실에 오는 거잖아. 그런데 머리 하러 와서까지 그런 말을 들어야겠니? 그렇게 무신경할 거면 이 일 하지 마, 아예."

"어딘가에 속하기 위해서 일부러 악의를 품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

"너는 네가 도덕적이어서 부끄러운 거니, 더 도덕적이지 못해서 부끄러운 거니?"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 너는 분명히 아주 강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그걸 응원해줄 거란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약한 여자를, 너만큼 당당하지 못한 여자를,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여자를, 겁이 많고 감정이 풍부해서 자주 우는 여자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결점이 많고 가끔씩 잘못된 선택을 하는 여자를, 그저 평범한 여자를 그런 이유들로 인해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도 나는 너를 변함없이 사랑할 거란다."

"세연은 단지 자신이 진경을 아주 많은 순간에 몹시 외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뿐이었다. 악의가 아니라면, 놀랄 만큼의 둔감함이었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다가, 무언가를 하니까 또다시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연대가 아니야. 그건 그냥 미움이야.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그리고, 사람은 신이 아니야. 누구도 일주일에 7일, 24시간 내내 타인의 고통만 생각할 수 없어. 너는 그렇게 할 수 있니? 너도 그럴 수 없는 걸 왜 남한테 요구해?"

"어른들은 어디서 울까. "

"나도 그래 진경아, 세연이 중얼거렸다. 나 역시 무섭고 외로워. 버스? 이게 버스라면 나 역시 운전자는 아니야. 난 면허도 없고, 그러니 운전대를 잡을 일도 아마 없을 거야. 그건 우리보다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야. 하지만 우리 이제 어른이잖아. 언제까지나 무임승차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최소한의 공부는 하는 걸로 운임을 내고 싶을 뿐이야. 어떻게 운전을 하는 건지, 응급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정도는 배워둬야 운전자가 지쳤늘 때 교대할 수 있짆아. 너는 네가 버스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버스 안에 있다고 믿어. 우린 결국 같이 가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 해. 그래서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아, 남자들에게는 하지 않는 기대를."

 

"우리가 반드시 같아질 필요는 없어. 억지로 그러려고 했다간 계속 싸우게 될 거야. 같아지겠다는 게 아니고 상처받을 준비가 됐다는 거야. "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멀어진 옛 친구들과, 지금 나를 견뎌주는 몇 안 되는 보석 같은 사람들과, 한없이 미워했던 게 이제는 너무 미안한 나 자신을 떠올리며 썼다. 그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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