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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5,17-37 가해 연중 제6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말을 한마디만 딱 떼어내서 이해하거나 판단하면 위험하듯이 사람을 볼 때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일부이고, 그 말을 하게 된 경위나 그 사람의 요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순간의 판단은 섣부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일부를 보고 들은 판단’이 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마련이라서 그렇습니다.
성경 말씀도 그렇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데도,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볼 때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를 알아들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용히 성체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덧붙이는 것이나 생략하는 것에서 나의 속마음이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라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라고 여러번 반복해서 말씀하십니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들었지만 형제에게 성을 내어서도 안 된다, 간음하지 말라는 말씀을 들었지만,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았다면 이미 마음으로 죄를 지은 것이다고 하십니다.
세상은 아직 행하지 않았으니 죄짓지 않았다 외치고, 아무도 모르니 괜찮다 부르짖습니다. 하지만 다른 마음을 품고 눈을 돌린 것 자체로 이미 죄가 시작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고, 그 시작은 순식간에 다음 행위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우린 알고 있습니다.
순간, 성급하게 올라오며 다른 소리를 지워버리는 크고 요란한 소리 말고 조용하되 사라지지 않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내 안에, 내 안의 그분께 귀기울이는 시간은 늘 절실합니다. 그래야만 예수님께서 내게 왜 이런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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