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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5,13-16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 (가해 연중 제5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오늘은 소금과 빛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함께 우리의 신앙을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1. 소금이나 빛은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소금이 선택적으로 일부만 짠 맛을 느끼게 한다거나, 빛이 비추고 싶은 곳만 비추지 않지요. 쉽게 말해보자면, 소금을 넣었는데 감자만 간을 맞춘다거나 촛불이 내가 읽고 있는 책만 비추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톨릭의 정신(가톨릭이라는 말이 보편되다라는 뜻)도 바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소금과 ‘세상의’ 빛입니다. 좁은 테두리 안의 사람들에게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빛과 소금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를 위하라는 겁니다. 우리는 참 좁게 살아왔습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만 잘못된 게 아닙니다. 신자들 우선 장사해주기,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이 아니라 신자들 우선 선택, 친한 사람들 위주의 신앙 생활, 우리만 즐거운 신앙... 여기에 머문다면 적어도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은 아직 아닌 거지요.
2. 소금을 넣으면 전부가 녹습니다. 빛도 그렇습니다. 또 좀 쉽게 말해보자면, 끓는 국에 들어가는 소금이 "나는 오늘 반만 녹아야겠다."고 한다거나 촛불이 "장식이 아까우니 장식이 없는 부분만 녹아야겠다'"고 할 수 없다라는 겁니다. 즉, 자신을 위해 일부를 남기지 않습니다. 아니, 남길 수 없습니다. 기도생활, 성당활동, 신앙생활이 한 발만 살짝 들여놓고 한다는 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요. 업을 내팽개치고 성당에서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온 마음으로 하라는 말입니다. 세속적인 가치를 높이 사면서도 신앙생활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3. 음식하시는 분들은 압니다. 간을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소금을 쓰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좋은 재료로 만든 초를 태워야 향도 좋습니다. 좋지 않은 재료로 만든 초 덕분에 머리 아파 본 분들 많으실테구요. 무슨 말이냐면, 나 자신이 좋은 소금, 좋은 빛이 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겁니다. 헤밍웨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악에 대항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를 선한 자로 만들지 않는다.” 내가 좋은 소금, 내가 좋은 빛이 되는 일을 다른 일들과 바꿀 수 없습니다. 타인을 위한 희생과 봉사가 좋습니다만, 내 과오를 가려주진 못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들을 한다고 해도 내가 잘못을 저지른 이상, 나의 잘못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습니다. 좋은 일도 해야겠지만, 스스로 유혹을 멀리하고 죄를 짓지 않으며 바른 선택을 실천해야 합니다. 좋은 소금이 되려는 노력, 스스로 좋은 등불이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우리들을 본 사람들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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