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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01 (15)
깊이에의 강요
젠 왕 지음. 김지은 옮김. 비룡소. 그저 예쁜 옷이 아니라 오로지 그 사람이도록 드레스를 만드는 이와 포장이나 허울이 아닌 옷을 입고 자기 자신이 되려는 사람이 만났다. 알듯 모를듯 예상하는 지점을 조금씩 비껴가며 나를 다듬어주는 책을 또 만났네. "지금까지 내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만 가능했어. 그들이 다 결정했지. 무엇을 입으면 우스꽝스러운지 이제 내가 결정하고 싶어." "넌 내 친구잖아. 네가 오늘 바느질을 그만둔다 해도 너는 내가 만난 최고의 친구야."
정세랑 소설집. 아작. 김초엽 작가의 을 읽으면서 들었던 희미한 생각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세상이 아름답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인가. 남탓하기도 쉬운 세상이고, "세상 몽땅 망해버려!", "인간 다 죽어라!"라고 말하는 건 백번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쉽고 마음 불편한 일인가. 에 나오는 한 구절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하고 싶다. "닮은 대상이 아니라, 닮지 않은 대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했다." 희망을 보는 사람들에서 희망을 뿌리고 일구는 수고를 감당하는 사람으로 건너가도록 손내밀어주는 정세랑 작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잘못 가고 있다는 그 느낌이 언제나 은은한 구역감으로 있었다. 스스로 속한 종에 구역감을 느끼기는 했어도, 끝끝내 궤도를 수정..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어라.(마르 4,22-23) 빛이신 분 앞에서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분께 갈수록 드러나고, 그분에게서 멀어질수록 어둠 속에 묻힌다. 보이지 않는다 해서 사라진 건 아닐진대, 그분으로부터 돌아서서 없는 척 살기도 하지만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천천히 윤곽이 드러나듯 결국 서서히 드러난다.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마르 4,24) 힘을 모은 만큼 우리들의 힘은 더 커질 것이고 용기와 희망과 변화는 보태어 받을 것이다.
먼저 힘센 자를 묶어 놓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 힘센 자의 집에 들어가 재물을 털 수 없다.(마르 3,27) 내 안에서 가장 요란하고 강한 욕구를 묶어 둘 수 있어야 그것이 종처럼 부리는 감정들과 행동들을 잠재울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고요한 기도와 끊임 없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유다교 관습과 율법에도 정통한 인물로서 이방 지역에 살았던 유대교 그리스도인, 이른바 디아스포라 유다계 그리스도인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에는 신약에서 구약의 예언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자주 언급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는 부분과 제자 네 명을 부르시는 부분인데,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번 주는 이 두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을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길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15절..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펭귄클래식.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것에서 끝내지 않는 태도. 많은 것을 감수하면서도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을 만들도록 독려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 용기. 자신의 포도밭에서 신 포도열매(이솝 우화)를 매일 따서 버림으로써 거름으로 만들고, 잘 익은 포도 열매를 키워 먹고 즐기며 수많은 여성들에게 나눠 준 버지니아 울프는 포도 열매 뿐만 아니라, 여성이 각자 포도나무를 키울 수 있도록 묘목도 나눠주었다. 영어로 읽어야지 하면서 거의 10년을 미루다 결국 한글로 읽었네. "한쪽 성(性)의 안정과 성공, 한쪽 성의 가난과 불안정, 전통이 미치는 영향과 결핍된 전통이 작가에게 미치는 여파에 대해 생각하면서..." "남성에게나 여성에게나 삶은 고되고 어려우며 영속적인 투쟁입니다. ..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마르 3,11) #dailyreading 예수 앞에 엎드렸지만, 하느님의 아들이라 말했지만... 그건 더러운 영들이었다. 나의 말과 태도를 나의 내면과 일치시켜가는 노력도 기도이리라.
이반디 지음. 홍그림 그림. 창비. 예전에 읽었던 동화책인데 공동체 내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위해 다시 집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좀 아리기도 하고 또 실컷 울고 난 다음날처럼 좀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누군가를 향했던 손을 말없이 거둬야 하는 일. 손을 내밀 때와 내밀고 싶은 손을 그대로 둔 채 마음만 간직해야 할 때를 알게 될 때마다 우린 조금씩 깊어지겠지. 갑자기 읽게 되어서 요요가 트위터책빙고2020 '11.하루만에 다 읽은 책'이 되었는데, 산다는 것도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의 옆자리에 조용히 자리 잡고 내 손 하나 쓱 내밀 줄 알았던 요요처럼, 트위터책빙고와 무관하게 되었어도 여전히 스스로 좋은 책일 '왕자와 드레스메이커'처럼 살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