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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01 (15)
깊이에의 강요
오늘 하루는 단편소설 같았다. 수녀원을 떠나게 된 선배 수녀님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붙잡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그 어려운 길을 걸어내며 흔들리던 때나 또다른 길에 들어설 때까지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였다. 그렇다고 해도 마음이 무겁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며칠 전부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펼쳤다가 접었다가를 반복하며 보냈었다. 뒤숭숭 할수록 수녀원의 일상을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어 새벽미사를 마치고 공동기도를 바친 후 달걀 하나와 커피로 요기를 하고 수녀원을 나섰다. 해가 떴는데도 바람이 차다 싶었던 길. 기차역에 거의 다 갔을 때 우연히 고등학생 시절 다니던 성당의 수녀님을 만났다. 걸어가면서도 부르심에 대해, 섭리에 대해, 뜻에 대해, 때에 대해 생각을 거듭하던 중이..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많은 세리와 죄인도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마르 2,15) 복음서는 분명히 전한다. 예수님이 자리를 함께 하신 이유는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리와 죄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그분을 따랐기 때문이다.
친구들, 지난 한 주간 동안 잘 지냈나요? 오늘부터 제대 위가 조금 바뀐 것 같은데 혹시 아는 친구 있을까요? 맞아요. 성탄대축일부터 흰색이었는데 녹색으로 변했어요. 성탄시기가 끝나고 연중 시기가 시작되었다는 뜻이예요. 무슨 시기? 연중시기! 연중시기는 예수님이 우리 안에 계심을 기억하면서 예수님의 일생을 하나씩 배우고 익히는 시기랍니다. 오늘 복음에 누가 나왔는지 기억나는 친구? 맞아요. 세례자 요한이 나와요. 예수님도. (성당 정면을 가리키며)지난 주에 우리는 요한이 사람들과 예수님께 세례를 주었다는 복음을 들었어요.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이 자기 쪽으로 예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예수님에 대해 증언하는 이야기예요. 요한은 두 번이나 “나도 저 분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면서도 예수님을 증언했어요...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서해문집.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아직까지 배울 게 이렇게 많다 싶은 생각과 지금이라도 배웠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생각이 함께 든다. "우리 아이들이 그 믿음을 만들어 가는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기꺼이 손 내밀어 서로의 ‘믿을 구석’이 되어 주는 일이 결국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경험을 쌓으며,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는 마음이 일궈낸 이 책의 모든 내용과 용기를 내고 길을 터 준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 결실이 잘 전달되도록 나는 나의 노력을 해야겠지, 다른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은 세상을 위해. "엘리자베스 스위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젠더별 완구는 아이들의 놀이 취향과 방식을 만들며, 아이들 자신의 취향, 능력을..
모랙 후드 글, 그림. 고영이 옮김. 사파리. 이 짧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며 오래 전 내가 지인의 꿈에 나타나서 들려주었다는 수도원 이야기가 생각났다. 수도원에는 모두가 하나의 수도명을 갖는데, 모두 세레나. 그래서 수도원에 세레나에게 기쁜 편지가 오면 어떤 세레나에게 온지 몰라서 모두 내 일처럼 기뻐한다고. 세레나는 ‘고요하다’라는 뜻의 세례명이다. serenade는 밤에 연인의 집 창가에서 부르거나 연주하는 노래이다. 고요한 밤, 달빛에 기대어 사랑하는 연인에게 부르는 사랑의 노래. 다른 이는 듣지 못하는, 어쩌다 사랑의 노래를 듣는다 해도 그에겐 의미 없는 멜로디일 뿐.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부르는 한 사람만의 詩. 그러고 보니 우리 수도자들은 모두 하느님 한 분을 위해 살아가는 ‘세레나’가 ..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루카 5,14) 내 삶이 증거가 되게 하려면, 내 삶을 예물이 되게 해야 하는 것. 봉헌의 삶. 종신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