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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01/20 (1)
깊이에의 강요
단편소설 같았던 하루
오늘 하루는 단편소설 같았다. 수녀원을 떠나게 된 선배 수녀님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붙잡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그 어려운 길을 걸어내며 흔들리던 때나 또다른 길에 들어설 때까지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였다. 그렇다고 해도 마음이 무겁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며칠 전부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펼쳤다가 접었다가를 반복하며 보냈었다. 뒤숭숭 할수록 수녀원의 일상을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어 새벽미사를 마치고 공동기도를 바친 후 달걀 하나와 커피로 요기를 하고 수녀원을 나섰다. 해가 떴는데도 바람이 차다 싶었던 길. 기차역에 거의 다 갔을 때 우연히 고등학생 시절 다니던 성당의 수녀님을 만났다. 걸어가면서도 부르심에 대해, 섭리에 대해, 뜻에 대해, 때에 대해 생각을 거듭하던 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