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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19/12 (16)
깊이에의 강요
요셉은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갔다.(마태 2,21) 성가정 축일인 오늘, 의미 있는 사진을 올려본다. 엄마 아빠 아이, 구색 맞추듯 구성원만 맞춘 공동체가 아니라, 하느님이 맺어주신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나가는 공동체. 상대의 고단함을 알아채고 배려할 줄 아는, 타인의 필요도 채우지만 나의 필요를 등한시하지 않는, 서로의 키를 맞출 줄 아는...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마태 2,13) 악함에 맞서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고난을 생각한다. 믿는이들의 삶은 나 자신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지키는 삶이다. 그리하여 서로를 지키게 되는 삶이다.
김민정 에세이. 뜻밖. 떡볶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떡볶이가 불러오는 이야기. 내게도 떡볶이가 불러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빨간 선물의 집이나 아트박스에 열심히 드나들고 KFC나 웬디스 겨우 기웃거리던 내게, 선물의집 맞은편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면 낙서 가득한 통나무 인테리어에 팝송이 흘러나오는 까아르라는 떡볶이 레스토랑이 나온다는 걸 알려준 친구. 핫초코랑 포도빙설(그땐 빙설이었어)도 거기서 처음 먹어봤다. 서문시장에서 먹던 쫄깃한 밀떡과 납작만두의 조합이 아닌 가래떡을 짧게 자른 떡볶이. 양념에다 간장까지 찍어야 겨우 간이 맞는 국민학교 앞 문방구 떡볶이와 차원이 다른 카레맛 떡볶이. 대학생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당당하게 먹으려면 제일서적에 들러 시집 하나 쯤은 끼고 계단을 올라야했었어... "..
기쁘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분주하고 소란스럽기도 했던 성탄 밤이 깊어지고, 미사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많은 사람들이 식당으로 빠져나갔다. 묵묵히 자리를 정리하고 청소를 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남지 않은 성당.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혼자 있으니 그 큰 빛이 주님이 되었음은,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한 어둔밤과 내적 침묵 없이는 깨닫기 어렵겠구나 싶었다. 온기마저 서서히 식어버린 성전 구유 앞에 서서, 내 남은 생애 동안 당신과 무관한 삶은 살지 않겠노라 고백했다. 멀리서 오셨으나 부디 내 안에 거하소서.
대림 제4주일을 보내며 구세주의 탄생을 앞둔 우리들은 요셉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의로운 사람 요셉은 마리아가 함께 살기도 전에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나자,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요셉이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했고,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마태 1,24)라고 마태오 복음사가는 우리들에게 들려줍니다. 요셉 성인의 ‘명령한 대로 한다’는 것은, 그저 타인의 목소리나 내게 강요하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선하고 옳은 목소리, 은총의 길로 부르는 목소리를 알아듣고(=잠에서 깨어난) 따르는 것을 말할 것입니다. 처음 요셉은 스스로 의로운 결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님의 천..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믿기에 사는 삶인데도, 믿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래서 떠올린 황새바위 성모님. 가슴을 스스로 내려누르며 가야하는 삶.
사노 요코 글, 그림. 박상희 옮김. 비룡소. 비에 젖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알 것 같아, 너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동화책. 하지만 젖는다 해도 그런대로 괜찮지. 집에 들어서자 아저시는 조용히 우산을 접었어요. "비에 푹 젖은 우산도 그런대로 괜찮군. 무엇보다 우산다워서 말이야." 멋진 우산은 멋들어지게 비에 젖어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김지혜 지음. 창비. '희망을 가지라'는 말조차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에 가치를 매기는 일이므로 모욕적인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한참 생각했다. 희망을 가져야 하는 문제인가, 사회가 변해야 하는 문제인가를 나란히 놓아볼 생각조차 못했었던 건 아닌가. 휴지 한 장 정도는 내가 버리면 될 일인데 싶다가도, 휴지 한 장이라도 쉽게 두고 가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생각하지 않는 이들을 그냥 넘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고민하게 된다.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삶의 태도인 경우일 땐, '과하다' '예민하다' 더 나아가 '세다'는 평가들을 감내하고라도 한 마디 행동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매번 그 후에 나 혼자 견뎌야 하는 것들이 가볍지 않다. 내가 인내할 문제였던 건 아닌가, 희생할 마음이 부족했던 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