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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01/30 (3)
깊이에의 강요
젠 왕 지음. 김지은 옮김. 비룡소. 그저 예쁜 옷이 아니라 오로지 그 사람이도록 드레스를 만드는 이와 포장이나 허울이 아닌 옷을 입고 자기 자신이 되려는 사람이 만났다. 알듯 모를듯 예상하는 지점을 조금씩 비껴가며 나를 다듬어주는 책을 또 만났네. "지금까지 내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만 가능했어. 그들이 다 결정했지. 무엇을 입으면 우스꽝스러운지 이제 내가 결정하고 싶어." "넌 내 친구잖아. 네가 오늘 바느질을 그만둔다 해도 너는 내가 만난 최고의 친구야."
정세랑 소설집. 아작. 김초엽 작가의 을 읽으면서 들었던 희미한 생각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세상이 아름답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인가. 남탓하기도 쉬운 세상이고, "세상 몽땅 망해버려!", "인간 다 죽어라!"라고 말하는 건 백번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쉽고 마음 불편한 일인가. 에 나오는 한 구절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하고 싶다. "닮은 대상이 아니라, 닮지 않은 대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했다." 희망을 보는 사람들에서 희망을 뿌리고 일구는 수고를 감당하는 사람으로 건너가도록 손내밀어주는 정세랑 작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잘못 가고 있다는 그 느낌이 언제나 은은한 구역감으로 있었다. 스스로 속한 종에 구역감을 느끼기는 했어도, 끝끝내 궤도를 수정..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어라.(마르 4,22-23) 빛이신 분 앞에서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분께 갈수록 드러나고, 그분에게서 멀어질수록 어둠 속에 묻힌다. 보이지 않는다 해서 사라진 건 아닐진대, 그분으로부터 돌아서서 없는 척 살기도 하지만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천천히 윤곽이 드러나듯 결국 서서히 드러난다.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마르 4,24) 힘을 모은 만큼 우리들의 힘은 더 커질 것이고 용기와 희망과 변화는 보태어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