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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소설집. 아작.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으면서 들었던 희미한 생각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세상이 아름답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인가. 남탓하기도 쉬운 세상이고, "세상 몽땅 망해버려!", "인간 다 죽어라!"라고 말하는 건 백번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쉽고 마음 불편한 일인가. <7교시>에 나오는 한 구절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하고 싶다. "닮은 대상이 아니라, 닮지 않은 대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했다."
희망을 보는 사람들에서 희망을 뿌리고 일구는 수고를 감당하는 사람으로 건너가도록 손내밀어주는 정세랑 작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잘못 가고 있다는 그 느낌이 언제나 은은한 구역감으로 있었다. 스스로 속한 종에 구역감을 느끼기는 했어도, 끝끝내 궤도를 수정하지 못했다. -리셋-"
"“난민 캠프를 그대로 숲속으로 옮겼어.”
친구는 난민을 받아들였던 경험이 겨우 유럽을 살렸다고 했다. -리셋-"
"닮은 대상이 아니라, 닮지 않은 대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7교시-"
"메달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한 번도 캐스팅 되지 못한 배우, 설계가 채택되지 않아 시공된 건물이 없는 건축가, 선거마다 당선되지 못하는 정치인, 훈련만 하다가 우주에는 나가보지도 못하고 은퇴한 우주 비행사에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아, 그런 무신경함이라명 상대를 가리지 않고 그럴 수도 있겠다.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과잉생산 과잉소비에 몸을 맡겼으니, 멸망은 어차피 멀지 않았었다. 15분동안 식사를 하기 위해 4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을 플라스틱 용기들을 쓰고... 재활용은 자기기만이었다. 쓰레기를 나눠서 쌓았을 뿐. 그런 문명에 미래가 있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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