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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떡볶이가 뭐라고 본문

雜食性 人間

떡볶이가 뭐라고

하나 뿐인 마음 2019. 12. 27. 22:45

 

김민정 에세이. 뜻밖.

떡볶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떡볶이가 불러오는 이야기.
내게도 떡볶이가 불러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빨간 선물의 집이나 아트박스에 열심히 드나들고 KFC나 웬디스 겨우 기웃거리던 내게, 선물의집 맞은편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면 낙서 가득한 통나무 인테리어에 팝송이 흘러나오는 까아르라는 떡볶이 레스토랑이 나온다는 걸 알려준 친구. 핫초코랑 포도빙설(그땐 빙설이었어)도 거기서 처음 먹어봤다. 서문시장에서 먹던 쫄깃한 밀떡과 납작만두의 조합이 아닌 가래떡을 짧게 자른 떡볶이. 양념에다 간장까지 찍어야 겨우 간이 맞는 국민학교 앞 문방구 떡볶이와 차원이 다른 카레맛 떡볶이. 대학생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당당하게 먹으려면 제일서적에 들러 시집 하나 쯤은 끼고 계단을 올라야했었어...


"자기만의 시간이 하루 단 10분도 주어지지 않는 날들을 반복하다 보면, 그 안에서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마음이 기울게 된다. 가장 저렴하고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사치와 위안이 커피란 사실을 절로 자각하게 된다.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다. 인생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비애를 잊게 하는 마법의 가루다."

"나는 이제 자신의 연인에게, 아니, 어느 누구에게도 당신은 장미보다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권리가 없다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서울이란 대도시, 통인시장 골목에 앉아 이 더위 아래 내내 떡볶이를 볶는 일을 하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어떤지 괜한 위로가 된다. 살면서 상대방에게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하는 상황이 훨씬 많다. 하지만 어딘가에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고 열심히 가보자고 결심하게 된다."

"시큰둥한 반응만이 자신을 지켜줄 수도 있으리라. 한번 터진 울음을 멈출 방도를 알지 못하기에 울지 않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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