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렌의 노래
- 박태범 라자로 신부
-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그녀, 가로지르다
-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 사랑이 깊어가는 저녁에
-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 테씨's Journey Home
- 성서 백주간
- El Peregrino Gregorio
- KEEP CALM AND CARRY ON
- HappyAllyson.Com 해피앨리슨 닷컴
- words can hurt you
- 삶과 신앙 이야기.
- Another Angle
- The Lectionary Comic
- 文과 字의 집
- 피앗방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홍's 도서 리뷰 : 도서관을 통째로. : 네이버 블로…
- 행간을 노닐다
- 글쓰는 도넛
- 명작의 재구성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 자유인의 서재
- 창비주간논평
- forest of book
- 읽Go 듣Go 달린다
- 소설리스트를 위한 댓글
-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 리드미
- 여우비가 내리는 숲
- 인물과사상 공식블로그
- 개츠비의 독서일기 2.0
-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 서재)
- 세상에서 가장 먼 길,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2.…
- YES
- Down to earth angel
- BeGray: Radical, Practical, an…
- newspeppermint
- 켈리의 Listening & Pronunciation …
- Frank's Blog
- 클라라
- Charles Seo | 찰스의 영어연구소 아카이브
- 영어 너 도대체 모니?
- 햇살가득
- 수능영어공부
- 라쿤잉글리시 RaccoonEnglish
- Daily ESL
-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 교회 음악 알아가기
- 고대그리스어(헬라어)학습
목록Tolle Lege (25)
깊이에의 강요
"더러는 더 많이, 더러는 더 적게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오메르로 되어 보자, 더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더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았다.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들인 것이다." (탈출 16,17-18)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들이라(탈출 16,16)는 말씀이 있었지만 더러는 더 많이 거두었고 더러는 더 적게 거두었다. 골고루 집집마다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지는 양식(탈출 16,4)이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으려면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 온전히 의탁하지 않으면 연명조차 할 수 없는 곳 광야에서 저녁이면 메추라기 떼가 날아와 진영을 덮었고 아침에는 진영 둘레에 이슬이 내렸다.(탈출 16,13)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 메추라기와 만나는 영적 여정에 있어 하느님의 은총 같은 것..
파라오가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낼 때 하느님께서는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을 지나는 길이 가장 가까운데도, 그들을 그곳으로 인도하지 않으셨다. (탈출 13,17) 멀고 고단한 길을 갈 때, 멀리 돌아가야 하는 것만큼 힘든 게 있을까. 그것이 사나흘 길을 40년이나 돌아서 가야한다면. 이 성경 부분을 읽을 때마다 '참 가혹한 여정'이라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입회 만으로 수도자가 될 수 없었던 것, 나의 밑바닥을 몇 번이나 까뒤집어야 했던 수련 시절을 지나 지금도 이렇게 광야를 타박타박 걷고 있다. 수도자로 완성될 때는 광야를 돌고 돌아 약속의 땅에 들어서는 그 순간이 되겠지. 하느님께서 '그들이 닥쳐올 전쟁을 내다보고는 마음을 바꾸어 이집트로 되돌아 가서는 안 되지.'하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탈출 ..
저희가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주님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탈출 11,26) 올해 통독을 하면서 서원했던 때를 자꾸 떠올려 보게 된다. 입회를 준비할 때도 그랬겠지만, 좋은 것만 봉헌하고 싶었다. 모든 사랑이 그렇게 출발할 것이다. 좋은 것만 들려주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선물하고 싶은 마음. 나도 그랬다. 내게 있는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을 봉헌하고 싶었고 당연히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제쳐두거나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살아갔다. 하지만 수녀로 살아가면서 가장 좋은 것만 주고 받는 관계는 건강한 관계가 아니고(물론 나쁜 걸 막 던져줘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어쩌면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배워간다. 사랑은 나와 너의 만남이지 나의 좋은 것과 너의 ..
"너희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그러니까 너희가, '가서 주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말하는 것이다. 가서 일이나 하여라." (탈출 5,17-18) 진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게을러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것이 기도의 길이라는 걸 알지만 기도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 기도라고 생각한다. 사제가 된 것으로 수녀가 된 것으로 무슨 큰 성덕을 이룬 줄 착각하고 '질' 높은 기도만 찾던 젊은 신부와 수녀에게 허름하고 찾는 이 없는 변두리 순교성지에서 홀로 동분서주하며 모금하고 건물짓고 기도하던 어느 노 사제가 던졌던 질문이 있었다. "기도는 잘들 되십니까?" 짧지만 영원 같았던 침묵. 우리의 교만과 기도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함께 보셨던..
주님의 천사가 떨기나무 한가운데로부터 솟아오르는 불꽃 속에서 그에게 나타났다. 그가 보니 떨기가 불에 타는데도 그 떨기는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 모세는 '내가 가서 이 놀라운 광경을 보아야겠다. 저 떨기가 왜 타 버리지 않을까?'하고 생각하였다. (탈출 3,2-3) 모세는 어느날 목격하게 된 사그라지지 않게 하는 신비를 언제 이해하게 되었을까. 나를 사로잡고 내 안에서 강렬하게 소용돌이 치면서도 날 훼손하지 않으시는 분의 사랑의 신비, 죽음으로써 부활하게 되는 신비. 나를 바닥까지 낮추어도 날 비천하게 만들지 않으실 분, 비우면 비울수록 나를 채우실 분을 만난 후 난 첫서원을 했었다. 차가운 수녀원 성당 바닥에 엎드려 이 노래를 불렀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저를 받으소서. 그러면 저는 살겠나이다. 주님..
(Reconciliation Statue outside Coventry Cathedral) "이제 이 종이 저 아이 대신 나리의 종으로 여기에 머무르고, 저 아이는 형들과 함께 올라가게 해 주십시오." (창세 44,33) 자신을 죽이기 위해 힘을 모았던 형제들을, 자신을 물기 없는 구덩이에 쳐 넣고 노예로 팔아버린 형제들을, 어쩌면 편협한 사랑으로 자신을 곤란하게 했던 아버지를, 넘치는 사랑에 눈이 멀어 형제들을 상처 입혔던 자신을, 자신을 소유하려 했던 이기적인 여인을, 자꾸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애꿎은 운명을 가슴에 품고 있었을 요셉. 과거와 뒤바뀐 운명처럼 다시 만난 형제들을 곤경에 수차례 빠뜨리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유다의 저 말은 분명 요셉에게, 죽음의 구덩이에 내던져지고 물건처럼 팔려간 ..
"그의 형들은 아버지가 어느 형제보다 그를 더 사랑하는 것을 보고 그를 미워하여, 그에게 정답게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창세 37,4) 최고가 되기 위해 태어나면서부터 형의 발목을 잡았던 야곱은 늘 순서를 매겼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도 순서를 매겼고 그 순서에 따라 아내를, 자식들을 편애하였다. 아버지 이사악의 형에 대한 편애를 겪고 상처받았으면서도 야곱은 그 아픈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우리 역시 누구보다 벗어던지고 싶은 지긋지긋한 과거의 덫에 걸릴 확률은 나 자신이 가장 높다. 얼결에 받아들고 정신 없이 달려야 하는 이어달리기처럼 내 부모가, 어릴 적 상처가, 아팠던 지난 시간이 열심히 달려나가려는 나에게 바톤을 쥐어 준다. 하지만 우린 살면서 바톤 없이 달려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편 야..
형에게 용서를 구하는 방법도 '야곱스럽다'. 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공세를 펼치고, 형을 주인이라 부르며 납작 엎드리고,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니 도망갈 궁리도 겹겹으로 마련해 놓고, 사랑도 줄을 세웠다. 몸종의 무리를 앞에 세우고, 다음이 레아, 다음이 라헬과 요셉, 자신은 가장 안전하게 뒤에 섰다. 형의 용서를 몇 번이나 확인했으면서도 여전히 믿지 못하고 함께 가자는 호의를 굳이 거절한 야곱은 정말이지 '야곱스럽다'라는 말 말고는 어떻게 표현을 해야될지도 모르겠다. 축복을 얻어내는 방법도 '야곱스럽다'.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을 형 앞으로 보낸 다음 자신은 야뽁 건널목을 건너지 않고 강을 하나 사이에 둔 채 홀로 남았다. 그리고는 어떤 사람과 동이 틀 때까지 씨름을 하다가 엉덩이뼈를 다치게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