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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창세 37장 참 많이도 돌아서 간다. 본문
"그의 형들은 아버지가 어느 형제보다 그를 더 사랑하는 것을 보고 그를 미워하여,
그에게 정답게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창세 37,4)
최고가 되기 위해 태어나면서부터 형의 발목을 잡았던 야곱은 늘 순서를 매겼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도 순서를 매겼고 그 순서에 따라 아내를, 자식들을 편애하였다. 아버지 이사악의 형에 대한 편애를 겪고 상처받았으면서도 야곱은 그 아픈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우리 역시 누구보다 벗어던지고 싶은 지긋지긋한 과거의 덫에 걸릴 확률은 나 자신이 가장 높다. 얼결에 받아들고 정신 없이 달려야 하는 이어달리기처럼 내 부모가, 어릴 적 상처가, 아팠던 지난 시간이 열심히 달려나가려는 나에게 바톤을 쥐어 준다. 하지만 우린 살면서 바톤 없이 달려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편 야곱의 편애는 세상에 둘 밖에 없었던 자매가 서로를 평생 시기하고 질투하게 했으며, 아버지 야곱의 편애는 요셉을 관계에 미숙한 사람으로, 형제들은 시비마저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로 키웠다. 절제할 줄 모르는 사랑을 넘치게 받은 요셉은 정직했지만 삼가할 줄 몰랐고, 늘 부족했고 이해할 수 없었던(야곱이 자녀들을 사랑하는 기준은 '늘그막에 얻었기' 때문이었다. 3절 참조) 불평등한 사랑으로 인해 나머지 형제들은 사랑받지 못한 상처를 보복으로 치유하려고 했다.
성경을 읽다보면, 참 많이도 돌아서 간다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나의 얘기이고 우리들 사는 얘기이다. 요셉과 형제들이 '떨어져' 살아가면서 조금씩 성숙해 가듯 우리들도 조금씩 자신의 길에서 성숙하기를 바랄 뿐. 기억하자. 형제들은 자신들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요셉만 좋은 길로 간다고 여겼겠지만 요셉은 미성숙했고 풍랑처럼 덮치는 불운을 오래도록 겪었다. 가혹한 불운은 둘 중 어느 한 쪽만 해치지 않는다. 그러니 함께 이겨내자. 함께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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