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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너희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그러니까 너희가, '가서 주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말하는 것이다. 가서 일이나 하여라." (탈출 5,17-18) #Tolle_Lege 본문
"너희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그러니까 너희가, '가서 주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말하는 것이다. 가서 일이나 하여라." (탈출 5,17-18) #Tolle_Lege
하나 뿐인 마음 2017. 1. 16. 22:59"너희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그러니까 너희가, '가서 주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말하는 것이다.
가서 일이나 하여라." (탈출 5,17-18)
진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게을러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것이 기도의 길이라는 걸 알지만 기도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 기도라고 생각한다. 사제가 된 것으로 수녀가 된 것으로 무슨 큰 성덕을 이룬 줄 착각하고 '질' 높은 기도만 찾던 젊은 신부와 수녀에게 허름하고 찾는 이 없는 변두리 순교성지에서 홀로 동분서주하며 모금하고 건물짓고 기도하던 어느 노 사제가 던졌던 질문이 있었다. "기도는 잘들 되십니까?"
짧지만 영원 같았던 침묵. 우리의 교만과 기도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함께 보셨던 노 사제는 제자에게 길을 가리키는 심정으로 다음 말을 남기셨다. "기도는 질이 아니라 양입니다." 더 높은 경지의 기도로 나아가고자 열망했던 젊은 우리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뚝 떼어 내어놓지 않고는, 무엇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첫 단계조차 넘어설 수 없음을 조용하고도 분명하게 일러주셨다.
요즘 성경 통독을 하면서, 기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말씀의 첫 글자부터 마침표까지 빼지 않고 정성 들여 읽고 마음에 들여 놓고 그 말씀에 귀 기울이고 나 자신을 살피는 과정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걸 다시금 배우고 있다. 소홀하기 쉽고 쉽게 드러나지도 않는 시간의 봉헌. 오래 기도한다고 해서 누구나 기도의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 앞에 텅 빈 마음으로 오래도록 앉아 있어보지 않고서는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 기도라는 것.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위로의 순간을 하염없이 기다려본 사람에게만 희미하게 열리는 기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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