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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주님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탈출 11,26) #Tolle_Lege 본문
저희가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주님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탈출 11,26) #Tolle_Lege
하나 뿐인 마음 2017. 1. 18. 09:13저희가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주님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탈출 11,26)
올해 통독을 하면서 서원했던 때를 자꾸 떠올려 보게 된다. 입회를 준비할 때도 그랬겠지만, 좋은 것만 봉헌하고 싶었다. 모든 사랑이 그렇게 출발할 것이다. 좋은 것만 들려주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선물하고 싶은 마음. 나도 그랬다. 내게 있는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을 봉헌하고 싶었고 당연히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제쳐두거나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살아갔다. 하지만 수녀로 살아가면서 가장 좋은 것만 주고 받는 관계는 건강한 관계가 아니고(물론 나쁜 걸 막 던져줘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어쩌면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배워간다. 사랑은 나와 너의 만남이지 나의 좋은 것과 너의 좋은 것의 만남은 아니라는 걸.
기도도 사랑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엔 좋은 것만 드리고 싶었던 내 마음도 서원을 앞두고 조금씩 변해갔다. 수련 기간 동안 좋은 것들이 변해갔고, 좋다 여겼던 것들의 이면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서원을 눈 앞에 두고 난 드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좋은 것만 드리고 싶었기에 내 손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내게 부서진 것을 달라고 하셨고, 모자란 것을 달라고 하셨다. 그분은 나 자체를 만나고 싶어하셨고 그 마음은 내 기도도 바꾸었다.
좋은 것만 드리고 싶었던 기도. 잘한 일만 말하고 싶고 아프거나 부끄러웠던 내 속마음은 감추려 했던 기도. 지금도 나는 편하고 느긋한 마음으로만 기도하고 싶고, 속상하거나 울고 싶을 땐 여전히 기도를 주저한다. 하지만 '지금 있는 그대로 오너라.'하고 부르시는 분의 목소리를 더 이상 모른 척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주님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했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우리도 기도 중에 하느님을 만날 때까지 나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한다. 하루 종일 투덜거렸던 좁은 마음인지, 여전히 식지 않은 내 분노인지, 나 자신만 돌보았던 가난한 마음인지, 내 탓보다 남 탓이 많았던 유치한 마음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린 '있는 그대로 나'(탈출 3,14 참조)인 분을 만나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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