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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태오의 우물 (207)
깊이에의 강요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묵상하며 이렇게 마음이 묵직하게 아파온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지금 이 세상에는 이들처럼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서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싶어서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아니 자본주의의 기준에서 보면 일한만큼 돈을 받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할 기회가 공정하지 못했다면, 책임져야할 가족 등 반드시 필요한 돈의 쓰임새가 다르다면, 사람마다 느끼는 돈의 무게가 삶을 좌우할 만큼 차이가 난다면... 사실 이런 식의 질문들은 끝이 없다는 걸 은연중에 알고 있지만 내 안에서 들리는 질문은 좀처럼 멈춰지지 않았습니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이사 55,..
예수님께서도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나 봅니다. 나에게 죄를 지은 사람도(그 사람의 잘못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가 그 사람을 바로잡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잘못을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가 교회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하십니다. 이는 ‘너는 이제 상관하지 마라. 더 이상 네 책임이 아니다.’라는 뜻도 있지만 ‘이제는 예수님만이 하실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구절을 마음에 잘 새겨야 합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
이번 주 복음에는 딸이 마귀에 들렸다는 가나안 여인이 나옵니다. 이 이방인 여인은 오늘 이 짧은 복음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도움을 간청합니다. 너무나 간절했던 여인은 예수님의 침묵, 완곡하지만 분명한 거절(강아지를 언급하시는 이 부분은 참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제자들의 배척에도 결코 지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응답을 얻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도움을 청했는데도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신 예수님 말씀에 여인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속이 상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을 그만둘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
오늘 예수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오셔서 우리 각자에게 “그러면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신다면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수시로 이렇게 물어오시는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질문에 매번 대답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마태 16,15)라고 대답했고, 예수님께서는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마르코와 루카에서는 베드로의 대답에 예수님께서는 다른 반응을 하십니다.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시며 오히려 말리십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 차이를 잇다른 예수님의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마태 18,22) #dailyreading 이 부분만 읽으면 무조건 용서해야 하는가 싶어 나는 하느님이 아닌데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말씀에 대한 비유로, 자신이 탕감 받은 큰 빚은 잊고서 친구에게 준 적은 돈은 멱살까지 잡아가며 받아내려는 종 얘기가 나온다. 눈물로 엎드려 빌던 사람이 그 큰 돈을 탕감 받은 후 돌아서 나오는 길에 친구의 멱살을 잡는 것이 인간인가. 나를 돌아보면 내가 해야할 일흔일곱 번의 용서 전에 내가 받은 수백 수천 번의 용서를 깨닫게 된다.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마태 17,27) 오늘은 '몫'이라는 단어에 마음에 갔다. 예수님은 주는 것에 너그러우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셨다. 봉사를 하니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적게 받으며 사니 넘치게 받아도 괜찮다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나도 나의 몫을 명심하고 살 것. 거저 받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 것. 후한 대접을 당연히 받지 말 것. 감사할 줄 알고 미안해할 줄도 알고 갚아가며 살 것. 어제 손님으로 오신 신부님이 정성껏 미사를 준비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그 인사가 처음에는 생뚱맞다 싶었는데 미사 내내 마음이 조금 아렸다. 고마운데 아픈 인사... 그러고 보니 매일 한 시간씩 일찍 나가 미사를 차리고, 갑작스런 전례 ..
구름이 우리를 덮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제자들은 어땠을까요? 제자들은 겁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때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구름에 덮인 베드로는 비록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하느님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비록 캄캄하고 보이지 않아서 겁이 나는 때가 오더라도 어쩌면 그때가 오히려 하느님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때인지도 모릅니다. 간절하게 기도할 때 우리가 눈을 감는 것처럼, 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잠심하기 위해 눈을 감는 것처럼 말입니다. 구름은 저에게 무진기행에 나오는 안개만큼이나 자욱하고 어둡고 뿌연 이미..
마태오 복음 13장에는 7가지 비유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중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는 분량이 적기도 하지만 각각의 비유로 나눠져 있지 않고 하나의 제목으로 묶여 있습니다. 왜일까요.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아, 발견한 사람은 잘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보물만 사는 것이 아니라 보물이 묻힌 밭도 함께 말입니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아, 발견하면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습니다'. The kingdom of heaven is like treasure hidden in a field, which someone found and hid; then in his joy he goes and sells 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