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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1/03 (17)
깊이에의 강요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사형 선고를 받으셨으니 타인을 판단하고 낙인 찍는 죄에서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으니 무관심과 외면의 죄에서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넘어지셨으니 무딘 양심으로 습관처럼 ..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루카 18,11) ‘혼잣말’로... 하느님을 불렀어도 하느님을 향하지는 않는 기도가 있다. 하느님이 들으시길 바라는 기도가 아니라 남들이 듣기를 바라거나 스스로 만족하면 그걸로 족한 기도. 듣는이를 고려하지 않는 말이 대화일 수 없을진대, 하느님을 향하지 않는 말이 과연 기도일까. 어디 기도 뿐이랴. 어떻게든 매일 복음을 읽고 뭔가라도 끄집어 내어 기도를 올려보지만, 내 묵상의 끝에는 과연 누가 있을지. “주님께 올리는 기도, 분향 같게 하옵시고, 쳐든 손 저녁 제사 같게 하옵소서.”(시편 140,2 최민순 역)하고 노래한 시편 저자의 바람을 알 듯 하다. 힘차게 내뻗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하늘로 피어오르는 향의 연기처럼 금새 사..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지음. 안소근 옮김. 가톨릭출판사. 근래에 읽은 ‘주님의 기도’에 관한 세 번째 책. 사제 피정을 지도하시면서 ‘주님의 기도’를 주제로 삼으신 것을 정리한 책이다. 사제들을 향한 강의인데도 놀랍도록 현실적이었고, 근래에 돌아가셔서 그런지 새롭게 맞닥뜨린 현실을 피하지도 애두르지도 않는다. 따뜻하고 정중하지만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사제들을 드높이지 않으니, 피정 강의를 듣는 사제들도 이 글을 읽는 평신도들도 모두 하느님 앞에 가난하지만 사랑 받는 자녀로 서게 한다. 많은 말들을 받아 적었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건 이 말씀이다. "아직 우리는 악의 부조리함 속에 잠겨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선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우연히, 실수로, 나태함으로 오류를 범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루카 11,17-18) 하나의 사건을 함께 지켜보았더라도 우리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나아가 각자의 결론을 내린다. 말 못하는 이가 말을 하게 되었는데 어떤 이는 놀라워하고, 몇 사람은 마귀의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렸다며 대놓고 판단하고, 다른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하며 의심의 근거가 자신의 불신에 있지 않고 상대의 증거 부족에 있는 것처럼 말한다. 이것이 어디 예수님 시대에만 있었던 일이랴. 나를 부정당할 때, 나 자신이든 내가 한 일이든 과소평가 되거나 오해를 넘어 나쁘게 평가될 때 나는,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
송은혜 지음. 시간의흐름. 기도하는 삶을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지름길이 없는 곳, 정도(正道)를 걸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 결국 기도를 하는 나와 기도가 하나가 되어야 하듯 악기도 그럴 것이다. 챕터 하나하나 모두 좋았다. 작곡가 이야기, 빠르기 이야기, 악기 이야기, 연주자 이야기... 이야기 뿐만 아니라 챕터마다 소개해주는 음악이 있어, 음악까지 감상해가며 책이 이끌어주는 대로 조금씩 읽었다. 내 템포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책의 템포와 내 템포를 맞추는 독서. 내게는 끝까지 가보지 못하고 그만 둔 길이 있다. 그만두었기에 지금은 어설프게 ‘조금 더 가 본 ‘사람으로 살고 있다. 미련이 없을 줄 알았고 조금 더 가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세상에서 뒤돌아 나와 들어온 수녀원에서 ..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렇게 말씀드려야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를 아버지의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 주십시오.′(루카 15,18-19) #dailyreading 배은망덕이라던가 파렴치 같은 단어는 일단 접어두고 오늘은 작은 아들을 따라가 본다. 결국 모든 것을 탕진한 그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하나를 떠올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 아무 계획도 없이 유산을 받아 들고 집을 떠났던 작은 아들은 방종한 생활을 하며 자기 재산을 전부 허비한 후 그제서야 '계획'을 했다.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렇게 말씀드려야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를 아버..
이번 주 복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부자와 라자로 이야기입니다. 성경은,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라고 전합니다. 이때 부자가 한 말을 들어보실까요?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루카 16,24) 저승에서조차 라자로를 ‘시켜도 되는’ 존재라 여기는, 타인을 소홀히 대하던 그 부자의 태도가 저승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사실 복음은 부자가 횡령의 죄를 지었다거나, 남에게 해를 가했다는 말을 전하지 않습니다. 아주 담담한 어조로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