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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19/12 (16)
깊이에의 강요
허수경 유고집. 난다. 전에 읽었던 허수경 시집과 또 좀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다음어지기 전의 속마음 같은 허수경 시인의 글들을 읽는데, 두 사람이나 아나운서였던 허수경의 책이라 짐작하고 말을 건네왔었다. 이 책도 정말 내겐 그랬다. 또 다른 사람 같았던 시인이 남긴 글. 그녀를 모르는 사람들. 평생 고단하고 외로웠을 시인. "시간을 정확하게 해체할 수 없는 순간에 시는 온다. 어떤 시간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그 망설임의 순간에 시는 오는 것이다." "웃어주렴, 이 편지를 받으면 그리고 만일 네게로 저녁이 오고 있다면 그럴듯한 주점에 앉아 내게도 잔을 한번 권해주렴. 부재를 위해 드는 잔만큼 넘실거리는 잔은 없다고 가만히 생각하면서." "기대와 어긋나니 외로운 거다, 라는 말은 참 옳구나. 네가 ..
김초엽 지음. 허블. 요즘은 정말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놀랍다. 묵시록처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현실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야기. 가볍지 않은데 고리타분하지 않고, 깊은데 무겁지 않았다. 미래에 현실에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 그런데 이미 그 이야기들이 시작되었음을 말하는 이야기.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이룬 그 미래에도, 지금 잃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잃지 않을때 서로를 구원한다는 이야기.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좋았다. "우리는 행복하지만, 이 행복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 " "내가 마을에 살았을 때, 나는 사람들이 나의 얼룩에 관해 무어라고 흉보는것을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 나는 나의 독특한 얼룩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마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결점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 ..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마태 1,1) 시작을 잊지 않도록 초심을 기억하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자주 가늠해보며 길을 잃지 않고, 큰 줄기에 순응하기보다 큰 줄기를 늘 마음에 품고 걸어감으로써 흔들리거나 주저 앉더라도 가지 말아야 할 길로는 방향을 틀지 말자.
가해 대림 제3주일 마태 11,2-11 요한이 예수님 소식을 감옥에서 전해 듣고는 제자들을 보내어 질문을 했습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맞다, 아니다'하고 대답하지 않으시고, "요한에게 가서 보고 듣는 것을 전하여라." 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도록 무엇을 전해야 할까요? 이천 년 전 예수님의 말씀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이들도 느낄 수 있는 예수님, 오가는 일이 불편한..
친구들 안녕하세요? 한 주간 동안 잘 지냈나요? 친구들, 제대 위에 뭔가가 달라졌지요? 오늘은 불켜진 초가 세 개인데, 분홍색 초가 하나 더 켜졌어요. 네 개의 초에 불이 다 켜지면 곧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실 거예요. 주일마다 촛불을 하나씩 더 켜는 것은 죄로 인해 캄캄해진 이 세상에 예수님께서 구원하러 다가오심을 나타내는 거예요. 보라색 초가 켜지는 동안 우리는,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면서 기도와 선행으로 예수님을 기다리는 준비를 했어요. 셋째 초가 켜지는 오늘은, 이제 곧 예수님이 탄생하실 것을 기뻐하면서 기쁨을 상징하는 장미색 초에 불을 켰어요. 지난 주 우리 친구들은 깨끗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모시기 위해 판공성사도 봤지요? 그러니 더욱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을 기다릴 수 있지요. 이천 년 전 베들레..
대림 제2주일의 주제는 회개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유다 광야에서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하였습니다. 이 말에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요르단 부근 지방의 모든 사람이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뉘우칠 기미가 없던 바리사이와 사두가이에게는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라고 하였습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는 무엇일까요? 꽃을 싼 종이에선 향기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선 비린내가 나는 법이지요. 세례만으로 구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세례를 받았으면 세상과 죄에 죽었음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음이 드러나야 하고 회개를 했다면 혼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드러난 모습이 미미할 순 있지만 전혀 ..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거저 받았던 일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아팠던 시간들을 조금씩 털어내며 거저 주면서 또 다시 살아보겠다 다짐해본다.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신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로 걸어 들어가면 어떤 느낌일까? 천천히 연꽃들과 넓은 연잎 사이로 물을 가로지르면, 그리고 꽃과 잎들이 비켜났다가 아무일도 없었던 양 다시 모여들면 어떤 기분일까? 아주 외로울 것이다. 온실에서는 따뜻하면서도 외로우리라." -‘온실’ 중에서- 토베 얀손의 책은 처음인데, 책을 읽은 느낌이 딱 저 구절이다. 책 제목처럼, 이야기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