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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19/12/17 (3)
깊이에의 강요
허수경 유고집. 난다. 전에 읽었던 허수경 시집과 또 좀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다음어지기 전의 속마음 같은 허수경 시인의 글들을 읽는데, 두 사람이나 아나운서였던 허수경의 책이라 짐작하고 말을 건네왔었다. 이 책도 정말 내겐 그랬다. 또 다른 사람 같았던 시인이 남긴 글. 그녀를 모르는 사람들. 평생 고단하고 외로웠을 시인. "시간을 정확하게 해체할 수 없는 순간에 시는 온다. 어떤 시간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그 망설임의 순간에 시는 오는 것이다." "웃어주렴, 이 편지를 받으면 그리고 만일 네게로 저녁이 오고 있다면 그럴듯한 주점에 앉아 내게도 잔을 한번 권해주렴. 부재를 위해 드는 잔만큼 넘실거리는 잔은 없다고 가만히 생각하면서." "기대와 어긋나니 외로운 거다, 라는 말은 참 옳구나. 네가 ..
김초엽 지음. 허블. 요즘은 정말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놀랍다. 묵시록처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현실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야기. 가볍지 않은데 고리타분하지 않고, 깊은데 무겁지 않았다. 미래에 현실에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 그런데 이미 그 이야기들이 시작되었음을 말하는 이야기.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이룬 그 미래에도, 지금 잃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잃지 않을때 서로를 구원한다는 이야기.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좋았다. "우리는 행복하지만, 이 행복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 " "내가 마을에 살았을 때, 나는 사람들이 나의 얼룩에 관해 무어라고 흉보는것을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 나는 나의 독특한 얼룩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마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결점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