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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달력 한 장 (145)
깊이에의 강요
손호경 글. 이민경 그림. 형설아이. 이 책은 읽는 건 너무나 괴로웠다. 학교폭력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자세한 데다가, 어른들의 폭력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는 커녕 외롭게 하고 방치하는 어른이라니.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세상에 대한 무력함 때문일까, 나만 아는 나의 비겁함 때문일까. 책 읽는 내내 내 마음은 오도 가도 못했다.
한영미 글. 남궁선하 그림. 나무생각. 다른 동화들보다 어른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유달리 많이 하게 된 책이다. '사전 제압'을 해서 시작부터 쉬운 길을 걸으려던 선생님이 영화 '우리들'에 나오는 선생님처럼, 선한 사람의 별뜻 없는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선생님으로 끝나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마저 졸여가며 읽었다. 다행스럽게도, 상처를 입혔던 처음의 기억은 희미했지만 어른으로서 해야할 일을 결국 지혜롭게 해낸다. 책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괴로운 생각 중 하나가 '아이들이 어쩌면 이토록 영악한가.'였다. 종종 떠올리게 되는 기억인데, 예전 성경공부 후배가 선생님으로 출근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누기 모임에서 펑펑 울면서 "아이들이 천사 같지도 않고, 너무도 못됐고 되바라져서 희망이..
최영희 지음. 김유대 그림. 푸른숲주니어. 아로가 친구들의 ‘자기 만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자신의 목소리도 듣게 되는 이야기. ‘나중에 위대하고 멋진 사람이 되려고 이렇게 힘들게 크는 거야.’라는 말에 가슴이 콕 찔렸다. 사서 고생을 해보라고 다른 사람에게 말해줄 수는 영영 없지만, 고생을 겪지 않은 진짜 어른은 없고 뜨거운 햇살과 비바람 없이 알차게 무르익는 과일도 없다. p.17 "너도 나중에 위대하고 멋진 사람이 되려고 이렇게 힘들게 크는 거야." p.89 ~ p.90 "나? 줄 선 거야. 아로가 너한테 지면 그다음엔 내가 너랑 싸울 거야. 나도 기태 네가 뒷문에서 성가시게 구는 거 정말 짜증 나. 나......, 나도 줄 설래. 기태 다리에 걸려 가장 많이 넘어진 게 나니까, 이건 내 싸움..
이현 지음. 권문희 그림. 휴먼 어린이. 어휴, 귀엽고 흐뭇한 이야기. 어린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비뚤어진 세상을 하나하나 바로 잡아간다. 엄청난 정의감도 아니고 사명감도 없고 명예를 좇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공명심 때문도 아니다. 그저 신나게 살아가면서 제 눈에 들어온 비뚤어진 세상을 제 식으로 조금씩 바로잡는다. 조막이는 그저 조막이의 삶을 산다, 조막이처럼^^
김진희 지음. 손지희 그림. 문학동네. 우리는 돈으로 사거나 갚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그것을 택하지 못한다. 또한 말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사과, 말 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속마음, 함께 다니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우정 등. 조금은 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요즘 아이들을 생생하게 옮겨놓은 거 같아 ‘엿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더불어 읽는 도중 한 번씩 덜컥 하는 마음으로 내가 ‘뻔히 알면서도 그냥저냥 살아가는 어른’인 건 아닌가 돌아보게 하는 책.
남찬숙 지음. 정지혜 그림. 미세기. 작고 소중한 단편영화 한번 본 기분이다. ‘눈병’이 나서 학교를 쉬게 되는 바람에 그동안 관심도 없었던 친구들을 ‘보게’ 되고, 눈병이 나은 후 잠시 되돌아가게 되지만 이미 ‘보게’ 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
하은경 지음. 오승민 그림. 한겨레아이들. 요새 동화를 많이 읽는데, 이런 동화는 특히 어른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타인에게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마음의 빚을 지지 않으려 노력하며 사는 사람 혹은 빚을 지었다 해도 용기있게 갚아 나갈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작가의 말도 참 좋았다. “전, 진실과 거짓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불의한 상황에서 용기있게 행동한다는 건 어떤 것인지도. 그리고 잘못한 일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더불어 용서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말이죠. 어쩌면 터널처럼 어둡고 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터널을 지나고 나면 분명 마음속에 찬란한 빛이 스며들 것이라 믿어요.”
제니 롭슨 지음. 정진희 그림. 김혜진 옮김. 뜨인돌어린이. 이 동화는 정말이지 여러 가지 이유로 대단하다. 왜냐하면... 사랑스럽고 기발하며 고마운 이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번 여름 지나고 복사단 책 구입할 때 이 동화를 사야겠어. "여기서 작은 깜짝 선물이 있어." 두미사니가 말했다. "아마, 아마도, 토미가 지금 방한모를 벗을 거야. 토미는 이제 더 이상 전학생이 아니니까. 토미는 우리 중 하나야, 그렇지?" 그러고 나서 두미사니는 반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얘들아, 들어 봐! 따라해 봐! 토미! 토미! 방한모 소년!" 곧 모두가 따라 소리쳤다. "토미! 토미! 방한모 소년!" 다들 진짜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