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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김하은 지음. 바람의아이들. 인생에는 혼자 감당해야할 몫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지만, 나 역시 혼자만의 아픔을 짊어지고 걸었었고 외로움은 그 길을 더욱 어둡고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말 없이 곁을 지켜준 많은 이들, 실없는 소리로라도 나를 웃게 해준 많은 이들, 소리 없고 내겐 들리지도 않았으나 간절하고 진실된 수많은 기도들이 내가 그 길을 걸을 동안 나를 지탱해준 것도 사실이다. 세상 많은 아이들이 꿋꿋하게 그 길을 걸어가길, 너무 어둡거나 너무 춥지 않길, 손 잡아 주고 등 토닥여 주고 말없이 안아줄 누군가를 꼭 만나길. p.118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온다. 내가 알고 있는..
박현숙 지음. 김미진 그림. 생각하는책상. 친구에게 상처 주는 행동에 관한 짧은 이야기와 선생님의 상담이 실린 동화책. 읽기 전에 성당 아이에게 먼저 읽혔는데 소감이라고 아이들이 들려 준 얘기는, 이렇게 말해주는 선생님도 드물고(없다고 했지만 그럴 리가), 이렇게 말처럼 되는 일도 어렵다고(없다고 했지만 이 역시 그럴 리가) 했다. 책보다 책을 읽은 아이의 말이 더 아팠다. 아이의 입을 통해, 아이의 생각을 통해 세상의 신음소리와 울부짖음... 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가 제목이 바뀔 때마다 옷만 갈아 입고 다시 등장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이 셋 중의 하나처럼 살아간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고 다시 시작할 때, 가해자가 조금씩 마음을 고쳐먹을 때, 방관자가 용기를 내고 행동을 ..
유승희 동화. 윤봉선 그림. 책읽는봄. 마음이 닫혀 있는 아이를 만나기 위해 동화책 몇 권을 읽었다.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을 열어주고 싶지만 내게 그럴만한 능력이 없음이 속상하다. 입을 열지 않을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줄까, 동화책이라도 몇줄 함께 읽으며 그림이라도 같이 그려볼까... 어른들처럼 아이들도 상처를 주면서 상처를 입는다. 어쩌면 어른보다 덜 약삭발라서 자신이 얼마나 다치는 지도 모르면서 강해 보이기 위해, 잠시의 으쓱한 기분을 위해, 사랑받기 위해... 서슴없이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도 깊이깊이 상처 입는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어른의 생각과 어른의 마음을 가졌나보다. 제법 완고하고 쉽게 꿈꾸지 않으며 빠르고 쉬운 길을 찾는다. 동화를 읽으며 '맞는 말이긴 한데 이게 말처럼 쉬울까..
고희영 지음. 에바 알머슨 그림. 난다. 삶이 단조로워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내 삶과 견주는 건 버릇이 되었다. 부록으로 딸려 온 영문판을 읽은 탓에 글보다 그림에 더 매료될 뻔 했지만! 숨을 참고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해녀 이야기. 숨을 참고 세상을 향하는, 숨비소리까지는 아니래도 수도원 봉쇄영역으로 들어올 때마다 나 역시 내가 여전히 수도자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나만의 숨비소리가 있다. 해녀에게 있어 바다처럼, 수도자에게 있어 세상은... 지상보다 아름답고 위험하며 생을 허락해주는 아픔의 원천이다. 누군가 본당 수녀에겐 성당마저 속세라 했었지. 바다는, 세상은, 성당마저도 아름답고 위험하며 희로애락을 잔뜩 품고 매일매일 나의 물질을 이끈다. 테왁을 바다 위에 고이 띄우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해녀..
울리히 흄 글, 요르그 뮐레 그림. 유혜자 옮김. 현암사. 모든 아이들, 어른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투닥투닥 세 마리의 펭귄과 부산하면서도 열심이고 솔직한 비둘기 덕에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화를 내는 것도 하나의 솔직한 기도임을, 지금의 내 사랑이 억지로 하는 사랑인지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랑인지... 생각하게 된다.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마지막, 비둘기와 펭귄의 사랑이야기. 절대로 떨어지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가는 펭귄과 비둘기. 이 둘은 그런 사이가 되는 것을 하느님이 원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는 까탈스런 방울뱀의 말에 상관하지 않는데 그건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니! p.60 ~ p.61 "“네가 하느님이라는 증거를 대 봐.” 비둘기가 말했다. “넌 아무 증..
피터 레이놀즈 글, 그림. 김지효 옮김. 문학동네.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꺼내든 책. “와! 눈보라 속에 있는 북극곰을 그렸네.” “놀리지 마세요! 전 아무것도 못 그리겠어요!” 이번엔 이 장면에서 잠시 멈추었다, 선의와 진심 사이에서. “자, 이제 네 이름을 쓰렴.”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글, 그림. 이순원, 김은정 옮김. 북극곰. 염려하는 생각이, 마음이 커져서 마굿간을 채워 두둥실, 바깥으로 날아간다니... 가난하고 소박하며 진실된 기도 같은 이야기. "젖소 아줌마, 당나귀 아저씨, 굴뚝새, 딱따구리 그리고 여우까지 모두 모두 밖에 있는 아저씨와 아줌마 생각에 잠겼어요. 동물들의 생각이 점점 마굿간에 차오르더니, 두둥실, 바깥으로 날아갔어요. "
류재수 글, 그림. 보림. 음악과 함께 보는 책. 서툰 내 글로 리뷰를 적기엔 너무 부족해서 보림 출판사의 책소개를 옮겨 봤다. 2002 뉴욕타임스 선정 최우수 그림책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IBBY) 선정 세계의 우수 그림책 잿빛 거리를 아름다운 빛깔로 수놓는 우산들의 춤 “이 책의 잔잔한 즐거움을 기억하는 아이와 부모라면 비 오는 날 밖으로 나가 그 촉촉한 아름다움을 즐기게 될 것이다. 잿빛 거리에 색채를 부여하고 반짝이는 빛을 던져 주는 우산, 자동차 불빛, 택시 들을 보면서……. 그리고 머릿속으로 ‘노란 우산’의 사랑스러운 선율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 이슬비 내리는 아침, 노란 우산을 받쳐 든 아이가 집을 나섭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거리는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어 아이의 노란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