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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달력 한 장 (145)
깊이에의 강요
이채 글·기획. 이한솔 이 책에서 가장 사랑스러웠던 장면은 바로 이것. 영영 내것이 되지 않아 모으는 사람도 있고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모으는 사람도 있고. 꽁치의 친구들은 꽁치가 ‘치마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모으는 친구’가 될 수 있게 대해줬고 그래서 꽁치는 꽁치일 수 있었다.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최영선 옮김. 열린책들 마음 속에 비밀 한두 개씩 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비밀이라면 어떻게든 잘 해결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반드시! 빨리! 드러내야 한다는 충고는 언제나 섣부르다. 살다 보니, 제일 좋은 길이라 해도 못갈 수 있고 못간다 해서 내 삶이 망한 것도 아니란 걸 조금씩 알게 된다. 조금 딱한 심정으로 책을 읽다가 따뷔랭을 찾아가 평생의 짐 하나 내려놓는 피구뉴가 나오는 장면에서 알아 버렸다, 언젠가 따뷔랭은 사랑하는 아내보다 먼저 피구뉴 앞에 자신의 짐을 하나 내려놓을 거란 걸. 그리고 마지막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예수님께 상처를 보여달라 했던 토마스가 결국 누구도 하지 못했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고백..
브라네 모제티치 글. 마야 카스텔리츠 그림. 박지니 옮김. 움직씨. 누군가의 행복을 타인이 멋대로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세상이길 바라는 것,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되는 세상을 바라는 것이 왜 이다지도 어려운지. 읽길 참 잘했다 싶다. "그 애만큼 눈이 파랗고 예쁜 아이는 없었어. 드레이크는 내 노래가 끝날 때마다 손바닥이 아프도록 크게 손뼉을 쳤지.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았어." "우리는 멀찌기서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지. 슬픈 눈으로 말이야. 드레이크는 치고받는 일이 전보다 많아졌어." "드레이크도 나도 우리가 벌을 받으리라는 걸 알 수 있었어. 무슨 잘못 때문에 벌을 받는지는 몰랐지만, 어..
장 자끄 쌍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별천지. 나의 ‘다름’ 때문에 외로웠던 적이 있어서일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나 맘편히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여전히 그리워서일까. 이야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읽는 내내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 이런 이야기를 오래오래 많이많이 읽고 기억하면서 살고 싶다.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은 이야기. 자꾸자꾸 꺼내 보고 싶은 이야기.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비로소 죽는다는 것. 비로소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 혹은 사랑받게 되었다는 것. 얼마 전 수녀원 공동체 모임에 갔다가 전체 운동회가 시작되는 걸 보고서는 슬쩍 빠져나와 도서실에 쭈그리고 앉아 이 책을 읽었다. 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는 ‘우연’은 늘 신기하다.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뒷전으로 미루게 된 책인데(미루게 된 이유는 막상 돈을 주고 사지를 못해서...) 우연히 이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발바닥이 아프다는 핑계가 있긴 했지만(운동회 같은 건 정말 내가 어려워하는 일이라,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내고 싶어했겠지만) 여튼 제때 핑계거리가 생겼고 덕분에 도서실에 갔고 한두 시간 동안 읽을만한 책을 찾아 기웃거리다가 이 책을 집어들었다. 왁자지껄 신나는..
김혜정 글. 윤정주 그림. 사계절. 아이들 세상 속에서도, 저희들 사이에서 잘못을 말하고, 바른 말을 함으로써 시련을 겪고, 끝까지 견디고 바로잡기 위해 싸워나가야 하는 일도 힘겨운 일이다. 그런데 이 헌터걸은 한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을 나쁜 세상으로 유인하는 '어른'에게 시위를 당긴다. 아이들을 지키는 아이. 여성을 지키는 여성. p.4 "세상 모두가 너에게 등을 돌려도 용기 낼 수 있니?" p.152 "말은 하는 사람의 것만이 아닌 듣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듣는 사람도 나름대로 해석하고 간직한다."
송미경 글. 하재욱 그림. 스콜라. 이 책 바로 전에 읽었던 책이 힘들었는데 이 책은... 읽는 내내 “아이고 예뻐.”, “아이고 사랑스러워.”하며 읽었다. 좀 더 풍부하게 그려보며 읽고 싶었는데, 이 동화의 가장 아쉬웠던 건 내 빈약한 상상력. 수녀로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서 위로도 받고 사랑도 받고 이유도 얻는 것처럼 이 책이 그랬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