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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수련소 시절,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라'는 것이었다. 기도 시간에는 딴 거 말고 기도만, 휴게 시간에는 휴게만, 일자리 시간에는 일에 집중할 줄 아는 법을 수련소 때 배웠다. 기도가 아무리 좋고 또 하고 싶어도 일하는 시간이나 공부하는 시간에도 기도하려 들면 이도저도 안 된다는, 휴게 시간에 일을 더 하려고 하면 결국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다는 말이었다. 처음엔 당연한 말이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고 수도삶을 정립해 나가는데 꼭 필요한 일이었다. 글을 쓰는데 제때 쉼표를 찍고 마침표를 찍는 일처럼,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문장을 시작하는 일처럼 그렇게 중요한 일. 책을 시작하고 미밴드를 빼고 다시 시계를 ..
캉탱 쥐티옹 글, 그림. 박재연 옮김. 바람북스. 여느 평범한 하루를 어제처럼 그저께처럼 살다가 문득 깨닫게 된다. 내가 진짜 누구인지, 나의 첫사랑이 시작되었음, 지금부터는 홀로 걸어야 한다는 것... 그 이후로는 나의 낮과 홀로 남은 밤은 다르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성장기록이지만 조금 쓸쓸했다.
엘리자베스 A. 존슨 지음. 김영선·김옥주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저자의 후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우리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부흥의 파도가 해변에 와서 부서지며 흩어지는 은유로 현대 그리스도론의 발전을 살펴보았다. 우리 세대에 신학은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인성을 되찾고 있으며, 그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회상하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해방의 힘을 깨닫고 있으며, 세상의 사람들과 지구 전체를 구원하기 위한 그의 힘의 넓이와 깊이를 연구하고 있다." Consider Jesus. 예수를 깊이 생각하는 이들은 예수 뿐만 아니라 예수가 사랑한 세상도, 예수가 사랑한 사람들 모두도 깊이 생각했다. 사랑을 할수록 사랑이 깊어지고 넓어지듯 신학도 깊이 생각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렇게..
장 프랑수아 샤바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김지희 옮김. 오후의소묘. 꽃말에서 시작된 이야기. 책을 펼치자마자 자줏빛 튤립, 흰 패랭이꽃, 붉은 작약의 빛깔에, 자태에, 향기에 이끌려 신비로운 동화 속으로 들어간다. 각각의 꽃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비밀의 정원에 앉아 있고, 홀린듯 이야기를 읽고 나면 조금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 드는데 그곳의 감각이 한참이나 생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디에고 마네티 엮음. 안소근 옮김. 가톨릭출판사.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한 강론 중에서 악마와 관련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얼마 전 을 보고 난 후, 악마의 실체에 대한 정리를 좀 해두는 것이 좋겠다 싶었고, 역시 교황님 책이 좋겠지 싶어 후다닥 수녀원 도서관에서 빌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악마의 실체와 악을 이기는 방법’이라는 책 설명에 비해 ‘실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부족하다 싶었지만(주제를 정해놓고 작정하고 쓴 책이 아니라, 강론 중에 다룬 내용을 모아 놓은 책이니 그럴 법도 하다.)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유혹들도 교황님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다루었다. 영화에서 악마가 실체가 아니라 ..
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김성환 옮김. 스몰빅라이프. 모든 내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읽어볼 가치가 충분했던 책. 말하는 내용이나 표현 방법, 시간이나 빈도, 태도 모두 나(의 인격)을 드러내는 일임을 또 한번 확인했다. 나에겐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 말센스보다, 나 자신(의 대화 태도)을 돌아보지 못해 함께 살아가기에 난감한 어른, 처량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책이었는데, 물론 상사나 선배, 어른만이 돌아봐야 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p.10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말재주의 향상이 아니라, 말센스의 향상이다. 말센스란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욕구를 잠시 내려놓은 다음, 상대를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이며, 상대가 진심으로..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한길사. 어딘가엔 있을 법한 친구 릴라, 마찬가지로 릴라 주위 어딘가엔 꼭 있을 법한 친구 레누. 흠모 위에, 질투 위에, 사랑 위에, 증오 위에, 욕망 위에, 그리움 위에, 희생 위에… 켜켜이 쌓아 올린 둘의 우정은 층마다 색이 다채롭고 모양도 다양해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조형 작품으로 완성되어 간다. 페렌테는 레누를 통해 망설이지 않고 모든 것을 들려 준다. 무모하리만치 솔직해서(거짓말이나 침묵마저도 솔직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고해(告解)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진짜를 얻으려면 선악이나 시비를 뛰어 넘는 솔직함, 거짓이 없는 솔직함이라기보다 가리거나 덧대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민낯 같은 솔직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타인에게가 아니라..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지음. 휴머니스트. 명함만 없던 여자들의 진짜 ‘일’ 이야기. 오늘 읽은 책에서 “단순히 귀를 기울이기만 해도 다른 한 명의 인간 존재를 깊이 존중하게 됩니다.”(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 스몰빅라이프)라는 문장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그랬다. 다른 이들의 존중이 있든 없든 이분들은, 또 다른 수많은 ’큰언니‘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몸으로 받아 안고 최선의 응답을 하며 살아가겠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계속해서 듣고 또 들려주며 존중 받아 마땅한 이 삶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살아야하지 않겠나. “정말 대단하세요.”p.28 "나쁜 일이 파도처럼 밀려드니까 너무 힘들었지만 도망가지 않았어요." p.32 "정말 대단하세요. 안 대단하면 어떡해." p.37 "좀 더 좋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