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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1/12 (14)
깊이에의 강요
토마스 뢰머 지음. 권유현, 백운철 옮김. 성서와함께. 우리는 남성 위주이며, 잔인하고, 전제적인 하느님, 심지어 인종 청소부인 하느님을 오늘날 믿을 수 있을까, 아니 다시 믿을 수 있을까? … 내가 믿는 하느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설명해내기 위해 읽었는데 그간 답답하던 것들에 단 번에 답이 주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좋았던 책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이 책 역시 분명한 답보다 어떻게 방향을 잡고 어떤 길을 피해야 하고 무엇을 확인하며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성경 읽으면서 답답한 적이 있었던 분들은 한 번씩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은데, (나는 수녀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지금은 절판이다. p.21 "현대인이 구약성경에서 언급되는 하느님에 관한 일부 진술들을..
+ 아기 예수, 우리를 위해 오셨네.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새롭고 낯선 곳이 아니라 익숙한 이곳으로 다시 오게 된 이유를 오래도록 생각했습니다. 성탄을 기다리며 이제는, 작고 가난하고 순결하신 아기 예수님께서 나에게, 세상에 오신 이유를 생각합니다. 그분의 작아지심이 우리의 교만을 깨뜨리도록, 그분의 가난이 우리의 사치를 막아서도록, 그분의 상냥함이 우리의 무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프란치스코 교황) 아기 예수를 위한 빈자리를 삶과 마음속에 잘 마련하셔서 은혜로운 성탄 맞으시길 기도합니다. 2021 주님 성탄 대축일
유리 그림책. 이야기꽃. 누구에게나 고이 접어 둔 꿈이 있을 것이다. 잊지도 못하고 들추지도 못하지만, 고이 접어 마음 한 구석에 잘 끼워 둔 꿈. 그 꿈으로 조금씩 다가가 보는 책이었다. 오랜 만에, 기억해내며 상상해가며 그림을 보고 또 보았네. 사운드 포스트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래위로 버티며 밀어내는 기둥의 힘으로 잠자던 바이올린이 깨어난다. 이제 소리의 무대 같은 이 공간에 현의 진동이 울려 퍼지고 아름다운 소리가 관객의 함성처럼 가득 채워지리라. 어디에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것들이 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dailyreading 오해를 받을 것이고 쉬이 끝날 리가 없으며 외롭고 험난한 길이 될 줄 알면서도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면, 나에게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나 하나쯤이야 하며 내 앞으로 난 길만을 걷는 게 아니라, 나여야 한다고 굳이 남의 길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인데도 아무도 가지 않으려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길을, 길인지 조차 알기 어렵고 혹은 목적지마저 가려져 있는 그 먼 길을, 한 발 한 발 길을 내면서 나아가는 것.
김선필 지음. 눌민. 오랜 만에 연필 제대로 잡고 읽은 책이다. 쳇바퀴 돌듯 살아가면서도 무채색 옷의 내 삶과 신실한 신앙인의 삶, 교회 밖에서 건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구별되는 것이 무엇인지 늘 의문을 품고 산다. 달라야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이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굳이 이 옷을 입고 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내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다를 바 없다 싶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이 옷이 아니라면 뭔가를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근래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내 자리와 교회에 '애착'이란 걸 느꼈다. 부끄럽지만, '밖에서 보니까 그럴 수 있어.' '안에서 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 그래서 못하는 말... '..
많은 군중이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 (마태 15,30) 오늘은 이 첫 장면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예수님께 몰려오는 군중들. 자신만 예수님을 보려하지 않고 예수님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 산을 오른 이들. 그들은 함께 온 이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았다.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예수님은 무엇을 묻고 싶으셨던 걸까. “일곱 개가 있고 물고기도 조금 있습니다.”라는 대답에, 이렇다 저렇다 말씀하시지 않고 당신의 일을 시작하셨다. 어쩌면 예수님은 이미 그들의 기도의 ‘지향’을 알아보셨던 건 아니었을까. 혼자만 예수님을 만나고 누리려 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