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렌의 노래
- 박태범 라자로 신부
-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그녀, 가로지르다
-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 사랑이 깊어가는 저녁에
- 렉시오 디비나
-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 테씨's Journey Home
- 성서 백주간
- 장신부의 바깥
- El Peregrino Gregorio
- KEEP CALM AND CARRY ON
- HappyAllyson.Com 해피앨리슨 닷컴
- words can hurt you
- 삶과 신앙 이야기.
- Another Angle
- The Lectionary Comic
- 文과 字의 집
- 피앗방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홍's 도서 리뷰 : 도서관을 통째로. : 네이버 블로…
- 행간을 노닐다
- 글쓰는 도넛
- 명작의 재구성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 자유인의 서재
- 그린비출판사
- 창비주간논평
- forest of book
- 읽Go 듣Go 달린다
- 소설리스트를 위한 댓글
-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 리드미
- 여우비가 내리는 숲
- 인물과사상 공식블로그
- 개츠비의 독서일기 2.0
-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 서재)
- 세상에서 가장 먼 길,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2.…
- YES
- Down to earth angel
- BeGray: Radical, Practical, an…
- newspeppermint
- 켈리의 Listening & Pronunciation …
- Frank's Blog
- 클라라
- Charles Seo | 찰스의 영어연구소 아카이브
- 영어 너 도대체 모니?
- 햇살가득
- 수능영어공부
- 라쿤잉글리시 RaccoonEnglish
- Daily ESL
- 영어번역 사이트 케이제이트랜스 방문을 환영합니다!
-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 교회 음악 알아가기
목록2022/01 (10)
깊이에의 강요
회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처음엔 모두 좋게 말하며 은총의 말씀에 놀랐다고 복음서는 전합니다. 하지만 곧 사람들의 태도가 변합니다. 어떤 생각이 끼어들었기에 태도가 변했을까요? 네, 바로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입니다. 이 말은 상대를 안다는 선입견, 상대가 별것 아니라고 얕잡아 생각하는 교만입니다. 교만은 사람과만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계신 예수님과도 멀어지게 합니다. 그들은 결국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아 벼랑에서 떨어트리려고 했고, 예수님께서도 유유히 그들을 가로질러 떠나가셨기 때문입니다. 좋게 말하며 은총의 말씀에 놀랐던 이들이나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하며 얕잡아 본 사람이나 예수님을 벼랑에서 떨어트리려고 한 이들이나 결국 같은 사..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마르 4,21-22) 굳이 가리키거나 애써 소리치지 않아도, 내 안에 빛을 밝히면 주위는 밝아지고 고요한 가운데 진짜가 드러난다. 기도의 원리도 이와 같다. 드러내기 싫은 죄책감과 숨기고 싶은 과오, 부끄러운 실수와 후회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너무 힘든 쓸쓸함이나 꽁꽁 감춰둔 희망, 이래도 될까 싶은 불안이나 너무 무거운 책임과 부담감…도 하느님 앞에서는 고요히 드러난다. 그분이 아신다. 그러니 빛이신 주님을 내 앞에 두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들어오시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그분은 나를 밝히신다.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마르 3,8-9) #dailyreading 오늘따라 다른 구절 다 제쳐두고 ‘거룻배’에 자꾸 눈길이 갔다. 몰려온 군중 앞에서, 당장 손길이 필요한 이들 앞에서 손을 내미시기보다 먼저 (어쩌면 몸을 돌려) 거룻배에 오르신 예수님. 다가온 군중들과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두신 예수님. 당신을 밀쳐 대지 않도록 땅에서 떠나 물 위로, 배 위로 … 그리고 나는 오늘따라 왜 자꾸만 이 장면에 머무는가, 머물고 싶은가 생각했다. 피하고 싶고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을 자신이 없어 당분간만이라도 마주..
메리 올리버. 민승남 옮김. 마음산책. 내 곁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기. 내 삶 안으로 편안하고 당연한 것들을 끌어 안기. 웅장하지만 먼 것들과 자잘하지만 가까운 것들 사이에서. p.24 "5. 바닷가에서 나 이 음악 전에 들었는데, 몸이 말했어. ‘비’ 중에서" p.32 "삶이 끝날 때, 나는 특별하고 참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의심하고 싶지 않아. 한숨짓거나 겁에 질리거나 따져대는 나를 발견하고 싶지 않아. 그저 이 세상에 다녀간 것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 ‘죽음이 찾아오면’ 중에서" p.37 "벌새는 그 진홍색 목을 스스로 창조했다고 생각할까? 그 정도로 어리석진 않겠지. ‘개의 무덤’ 중" p.66 "마지막 남은 들판 위 바람 속에서 방울새들이 노래하는 소리 들어보았어? 평생 그렇게 행복했던 적이 ..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마르 2,22) 아침부터 심술이 나서 그럼 헌 포도주는 어떡하냐 따졌다. 새벽미사 내내,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데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으라고만 하시고 헌 포도주는 박대하시니 이래도 되겠냐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오래된 포도주는 이미 잘 담겨 있지 않느냐 하신다. 새 포도주를 담을 부대만 잘 준비하면 될 일 아니냐 하신다. 꽁했던 마음만 들켜서 괜히 더 심술이 난다.
유아 세례를 받았고 아기 때부터 성당을 다녔지만 이십 대 이전까지는 수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싫어서는 아니고, 그냥 나의 선택에 지금의 삶이 없었다. 이후 교리교사를 하면서, 성경 모임을 하면서 여지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내 마음 속 갈망을 조금씩 발견했다.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해도 될까. 나는 수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느님을 더 잘 따르고 싶었다. 세상엔 좋은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지만, 언젠가부터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고 내게 가장 좋은 일이었다. 기도를 해도 봉사를 해도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하느님께로 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수도삶이 최선이었고, 나는 그렇게 이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힘든 일이..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보냈다. (마르 2,4) 남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라고 왜 환난이 없을까. 복음을 묵상하며 들것에 중풍병자를 눕히고 예수님께로 나선 이들을 가만히 따라가 보았다. 예수님 앞에 데려다 놓기 위해 그들은 몇 번의 좌절을 맛봐야 했을까. 힘들여 들것을 들어야 했고, 군중에게 가로막혔고, 사람을 실은 들것을 들고 지붕을 올라야 했고, 막힌 지붕도 뚫어야 했고, 예수님 앞에 내려보내기까지 해야 했다. 조금만 힘을 들이면 되는 일도 아니었고, 가로막힐 일이 없지도 않았고, 단숨에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었다. 그래, 기도가 그렇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을 위해 기도할 수 있나. 우여곡절 없이 어떻게 깊은 기도가 되나. 기도가 ..
정세랑 장편소설. 창비. 처음엔 각각의 인물들이 조금씩 겹쳐져서 꼼꼼하게 메모를 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곧 몇장 되지 않는 분량의 인물 이야기 속에 어쩜 이런 세상을 하나하나 펼쳐 놓았을까 싶었다. 우리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에서 시작해 어떤 사람의 이야기 속에 스치듯 지나간 사람이나 뒷모습을 보인 사람도 저마다의 세상을 살아간다는 걸 알려주면서도 거기에서 결코 끝나지 않는 소설. 그 세상은, 우리가 눈여겨 보았어야 할 세상이고, 잊지 말아야 하는 세상이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크고 작은 별들이 저마다 빛을 내면서 내 앞을 지나가더니 책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찬란한 은하수가, 광활한 우주가 펼쳐졌다. 지역공동체의 사고 피해자에 대한 애도가 시작점이 된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