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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1/12/27 (3)
깊이에의 강요
안젤름 그륀 지음. 허규 옮김. 성서와함께. 수련소 시절에 신부님 책을 많이 읽고 접해서 그런지, 여러 권을 읽고 나면 책이 좀 비슷하게 읽혀서 그런지 언젠가부터 그륀 신부님 책을 읽지 않았다. 이곳에 다시 온 김에 바오로딸 서점에 들렀다가 오랜 만에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얼른 데려와 저녁기도 전 독서 시간 동안 잘 읽었다. 본디 남의 묵상이나 성경에 대한 개인적 해석은 내 삶에 굳이 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토마스 뢰머의 을 읽고 난 후라 그런지 처음엔 많이 당황스러워서 ‘서문’ 정도만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 내게도 서문이 딱 좋다 싶었고.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긋고 싶은 밑줄은 점점 늘어났고, 말씀에 대한 해석보다는 그륀 신부님의 말씀 자체가 좋았다. 송봉모 신부님과 느..
맥 바넷 글. 카슨 엘리스 그림. 김지은 옮김. “사랑이 뭔데요?” 짧은 질문에서 시작된 긴 여정. 사랑이 뭔가 궁금해지고 묻고 싶어지는 그 순간이 이미,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이 아닐까. 제목으로 사랑을 세 번 반복해야 할 때가 있듯, 사랑을 알아차리기 위해 떠났다 돌아와야 할 때도 있겠지.
보고 믿었다. (요한 20,8) 누가 주님을 꺼내 갔다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말에 무작정 예수님을 보려고 달려간 베드로와 요한의 믿음. 그들이 본 것은 덩그러니 개켜 놓여진 아마포와 수건, 빈무덤이었지만, 그들은 그 빈무덤을 보고서 믿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볼 수 없었지만, 예수님이 부활하셨음을 믿었다. 그러니 볼 수 없고 확인할 수 없으니 믿을 수 없다는 말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다. 믿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의 믿음을 더 단단하게도 하고 반대로 어둡게도 할 수 있다. 보여지는(그분이 보여주시는) 것이라면 빈무덤을 보고서도 부활하신 분의 존재를 믿을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증거만을 찾는다면 우린 아주 오래도록 헤매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