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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1/01/31 (3)
깊이에의 강요
장한업 지음. 아날로그. 내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가 초래하는 ‘차별’을 반성하고 고치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기대하던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나는 나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실천편을 원했지만, 이 책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 박힌 차별의 역사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기초편’에 해당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문제를 적시하지 않고 시작과 과정을 친절하게 알려주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지치지도 않고 한결같이 진지하고 친절한 책. 새길 내용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차이와 다양성을 혼용한다는 내용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름에 초점을 맞추며, 내 기준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포용 내지 수용하고자 하는 삶을 살고 있었구나 싶었다. 말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아 마땅한..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말하였다."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마르 1,23-24) 회당 안 어쩌면 우리 안 내 안에도 분명 있다, '나와는 상관 없다'고 외치는 영. 좋은 말이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중요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잘못된 일이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필요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안타깝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맞는 말이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믿긴 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 성당에 다니긴 다니는데, 열심히 활동도 하긴 하는데,내것, 내가 불편해지는 것은 조금도 양보하지 못해내 안에서 들리는 '너와는 상관 없어'라는 속삭임에나도 몰래 귀 기울이지 않도록. 거룩한 곳(회당)에 있다고 해서 내 옆에 더러운 영이 없지 않고..
크리스토프 게르하르트 지음. 김혜진 옮김. 분도출판사.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는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발견한다. 종교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넓혀나가면 나갈수록 하느님을 '알게' 되었던 사람들. 신비롭고 오묘한 우주 속에서 만난 하느님 이야기. 요 근래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야. 내가 찾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길을 부정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게 아닐까.' 하지만 아직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은 이 말이 큰 따옴표가 아니라 작은 따옴표 안에 있다. 언젠가 이 문장을 완성해서 상대 의견에 대한 반대, 혹은 실망, 좌절을 안겨주는 말이 아니라 응원이 되도록 하는 것, 이 책을 읽으면..